김병종 교수의 대규모 전시가 있다고 하여 서둘러 문화역서울284를 찾았다.
작가의 초반부터 현재까지의 전시가 총망라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그는 동양화가이지만 그 경계를 허문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더 친근하기도 하고 자꾸 보고 싶어진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최근 작품으로 보이는 '風竹' 연작이 맞아준다.
빽빽한 대나무에서 바람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여백이 없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절마다 대숲도 다른 빛깔을 띠고 다른 소리를 내겠지.
제목이 '魚樂'이다.
물고기와 논다는 말이네.
남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추억이 어린 그림 아닐까 싶다.
하늘을 보면서 낮잠을 즐기고, 물에 뛰어들어 멱을 감는데 물고기가 '형님' 할 것만 같다고나 할까. ㅋ
'松花紛紛 - 십이세의 자화상'이라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송홧가루 날리는 들판에서 뛰어놀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겠지.
시골 출신인 나 또한 마찬가지이니까.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말 노란 송홧가루가 날리는 상상이 쉽사리 된다.
장독대에 노랗게 쌓이던 송홧가루...
'생명의 노래 - 聽音'
벼슬을 빳빳이 세우고 머리를 든 수탉의 우렁찬 소리가 들리는가?
그것이 바로 살아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 아닌가.
그림과 글씨가 잘 어우러진다.
글씨 또한 물처럼 흐르고 있다고나 할까.
작가 김병종은 참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동양화 전공이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은 그의 노력이 지금 빛나고 있다.
'서울역으로 가는 야간열차의 추억'
보기만 해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네.
70 ~ 80년대의 열차 안 풍경이 바로 그러지 않았나.
글과 그림 두 가지에 재주가 있어서 책을 많이 펴냈던 작가 김병종.
그런 재주를 다 갖기가 쉽지 않은데 무척 부럽다.
나도 한때 그의 책을 몇 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바보 예수'라는 연작 시리즈가 나왔을 당시 개신교계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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