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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7) - 스페인 톨레도 가는 길

솔뫼들 2024. 6. 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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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시설이 좋아 잘 자고 잘 먹었다.

우리끼리 여기는 호텔 시설도 별 네 개, 식사도 별 네 개를 주기로 한다.

포르투갈에서 본 것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호텔과 식사가 만족스러웠으니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게다가 다행히 지야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단다.

 

 오늘은 다시 스페인으로 가야 한다.

스페인 중부 도시 톨레도를 거쳐 마드리드까지 5~6시간쯤 걸리는 긴 여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니 해가 뜨기 전에 출발한다.

아침을 못 먹었으니 버스 안에서 먹으라고 도시락을 주고.

버스 안에서 또 몸을 비틀어야겠군.

여행 초기보다 확실히 몸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린다.

 

  버스에 탄 후 바로 시계 바늘을 돌린다.

스페인은 한국과 7시간, 포르투갈은 8시간 차이가 난다.

거기 맞게 시간을 맞추어 놓아야 무심코 보고 실수를 하지 않겠지.

 

사실 톨레도는 평소에 별로 들어보지 못한 지명이다.

이슬람교도들이 점령하면서 톨레도 역시 다양한 문화가 섞인 덕에 세계문화유산에 지정이 되었단다.

과장해서 스페인은 정말 고개만 돌리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곳이다.

물론 우리가 그런 곳을 주로 찾아가기도 하지만.

 

 톨레도는 세르반테스 언덕을 타호강이 둘러싸고 있어 천연의 요새이다.

그러니 지정학적으로 여러 세력들이 차지하려고 각축전이 벌어졌겠지.

나중에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톨레도는 수도이자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던 모양이다.

 

           ( 카페 풍경)

 

 톨레도 가는 길에 잠깐 휴게소에 들른다.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이번 여행 와서 처음 사 마시는 커피네.

유럽이 대부분 그렇지만 커피는 진하고 양이 적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중간쯤 된다고 보아야 할까.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카페가 동네 사랑방이었군.

그런 여유로움이 보기 좋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바쁘게 살고 있는데...

 

 다시 버스에 오르니 이번에는 가이드가 '엘 시드'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스페인에서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처럼 존경 받는 인물이었나 보네.

왕에게 추방을 당하면서까지 충성을 다하고 시민들의 편에 섰던 영웅이었나 보다.

'엘 시드'라는 말만 들으면 그 당시 사람들이 무조건 따르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하지.

 



엘 시드의 본명은 로드리고이다.

로드리고는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과 기독교도들이 세력 다툼을 벌일 때  포로로 잡힌 이슬람 장수를 살려주어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지만 반대파에게 숙청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왕을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과 이교도들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가 되고 있겠지.

'엘 시드'는 나중에 그를 존경하는 의미로 붙여진 칭호라고 한다.

찰턴 헤스턴과 프랑스 배우 소피아 로렌이 주연으로 나오는데 그들이 아주 젊은 시절이니 꽤 오래된 영화로군.

 

점심은 톨레도 가는 길에 먹는다.

오늘 점심은 소고기에 감자 등이 나온다.

점심을 먹고 버스 안에서 고문을 당하다시피 한 몸을 풀어주려 고개도 돌려보고, 기지개도 켜 본다.

그런 다음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 앞에 핀 들꽃이 예쁘다.

 

 이번 여행에서 버스를 타고 오갈 때 자주 눈에 띈 노란 꽃이 있었다.

작은 꽃들이 모여 피어 있는데 관목 형태이거나 다년생 초목 아닐까 싶었지.

버스에서 휙 자나가니 사진에 담기도 어려운데 혹시나 했더니만 여기는 없네.

워낙 자주 본 꽃이라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아쉽다.

인솔자에게 물으니 전혀 모르는 눈치이다.

공연한 질문을 해서 인솔자를 난처하게 만들었군.

 

고민하고 넘어지고 힘든 하루가 어찌 

나뿐이겠는가?

 

들판에 핀 꽃이 바람에 흔들리다 다시

꼿꼿한 자태를 보여주는 것처럼

 

흔들리니 내가 되고 바로 서는 것도

나다.

 

나는 들판의 꽃이다. 아니 그보다 더

그보다 더 굳세다.

 

     유연관의 < 들꽃 앞에서 > 전문

 

 

 톨레도 대성당은 13세기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성당 가운데 하나이다.

한때 모스크로 사용되던 곳에 지어졌으니 스페인 성당 건축은 많은 부분 이슬람교에 빚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슬람교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고딕 양식의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건축물이 기다리고 있겠지.

 

 톨레도에서 내려 톨레도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에스켈레이터를 몇 번 이용한다.

에스컬레이터가 있기 전에는 경사 때문에 이곳을 오르내리기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대신 강을 아래에 두고 꽤 높은 곳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으니 전망은 좋았겠네.

 

 톨레도 대성당에 가기 전에 올리브유를 파는 상점에 들른다.

이번 패키지 여행에 쇼핑이 세 번 있다고 했는데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물건을 사든 안 사든 여행지 특산물을 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다.

특산물이란 그 나라의 토양이나 기후, 문화 등과 대부분 밀접하게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 같은 올리브 갤러리에서는 유기농식품만 취급하는 것 같았다.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으면 올리브유가 만병통치약처럼 들리네.

가격이 가격인지라 모두들 선뜻 물건을 사지 못한다.

나는 친구에게 여비도 받았고, 친구가 발사믹 식초를 뿌려 샐러드를 즐기니 발사믹 식초를 사야 한다.

25년산 유기농 발사믹 식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다른 친구들은 핸드크림과 립밤을 주로 산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이 물건을 꽤 많이 샀다.

여기에서 산 물건은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 이름을 써 놓으면 버스로 가져다 준단다.

 

 톨레도 특산품으로는 칼이 유명하다고 하네.

지나가면서 가이드가 칼을 기념품으로 파는 상점을 손짓하며 이야기한다.

그럼 철강석이 많이 난다는 말이겠지.

철강석 질이 아주 좋거나.

 

 칼이 특산품으로 알려진 나라로는 네팔이 있다.

네팔은 용병 수입이 국가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지금은 달라져서 용병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갔을 때 구르카 용병들이 쓰는 단검인 쿠크리를 사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서 반입이 가능한 물건 같은데 단검을 사다 어디에 어떻게 진열해 놓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곤 했지.

 

 톨레도의 칼은 쿠크리보다 커 보인다.

칼만 파는 상점이 있다는 건 수요자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진열장에 놓인 칼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