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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4)- 포르투갈 리스본 로시우광장, 제로니모스 수도원

솔뫼들 2024. 6. 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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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리스본 중심가로 이동한다.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로 타호강가에 관광과 상업을 바탕으로 발전한 항구도시이다.

리스본 대지진으로 오래된 건물들은 많이 파괴가 되었다고 하는데 무얼 보게 될까?

 

 처음 간 곳은 로시우 광장이다.

정식 이름은 '동 페드로 광장'이지만 로시우 광장으로 알려져 있다.

로시우 광장 바닥은 포르투갈 전통 무늬인 물결무늬로 장식되어 있고 광장 한가운데 동 페드로 4세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광장 주변으로는 관공서가 보이고 세비야에서 가로수로 쓰인 자카란다가 여기에서도 보랏빛 꽃을 황홀하게 매달고 있다.

광장을 돌아보고 중심가를 따라 걷는데 세계적인 명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거기에 조화롭게 (?) 노숙자도 한 몫 하고 있고.

독특한 풍경이로군.

 

 가다가 얼마 전 본 전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점을 만났다.

'반 클리프 앤  아펠'

사실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런 보석 브랜드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가 성수동 d뮤지엄 전시를 통해 보석에는 허영심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작품 (?) 하나를 만들기 위해 때로는 얼마나 많은 과정과 공정이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게 되고 감동 아닌 감동을 받게 되었다고나 할까.

전시를 보지 않았다면 눈여겨 보지 않았을 상점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人道에 서 있는 조각작품도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오가는데 걸리적거릴 수도 있지만 한번쯤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된다고나 할까.

요즘은 대부분의 도시에 시티투어 버스가 있다.

시티투어 버스는 사람 눈에 잘 띄라고 그러는지 대개 빨간색이다.

세비야에서도 그렇더니만 리스본의 시티투어 버스 또한 빨간색이군.

 

 어느 도시를 가든 나는 그 도시와 연관된 예술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리스본 하면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오르지.

영화를 관람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원작은 스위스 작가 파스칼 메르시어의 작품이다.

 

 고전문헌 교수인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우연히 어떤 여인을 만나 죽음을 택하려던 여인 아마데우를 구해주면서 포르투갈로 가서 여인에 얽힌 이야기를 좇게 된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미스터리, 로맨스 그러면서도 철학적 울림을 주는 드라마로,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도 한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지.

묘하게 매력적인 요소들이 버무려진 영화였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리스본 테주강 위에 세워진 벨렝탑이 보인다.

벨렝탑은 본래 바스코 다가마의 위대한 발견을 기념하며 테주강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외국 선박의 출입을 감시하기 위해 통관절차를 밟던 장소로 쓰이다가 대항해시대에는 선원들이 왕을 알현하는 장소였단다.

 스페인 지배 당시에는 정치범과 독립운동가들을 지하에 가두던 물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강물의 흐름 때문에 벨렝탑이 강물 위로 노출되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벨렝탑은 포르투갈 역사와 얽혀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은 건축물 아닌가 싶다.

벨렝탑은 차창 관광으로 대신 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향한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밖에서 외관만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이 보인다.

그렇게 줄을 설 정성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나마 멀리서 확대해서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대신 한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양을 개척함으로써 비단과 향신료가 포르투갈에 들어오게되자 마누엘 1세가 그의 부를 상징하기 위해 건축하기 시작한 수도원이란다.

특히 야자수처럼 생긴 천장과 기둥이 마누엘 양식의 걸작으로 꼽힌다고 하니 궁금하기는 하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은 안중에 없고 사람들은 포르투갈이 원조라는 에그타르트를 사러 부리나케 달려간다.

우리 총무님 희야도 재빠르게 가서 줄을 섰고.

동작 정말 빠르다.

총무 잘 뽑았다니까.

 

 

 에그타르트는 제로니모스 수도원과 관련이 있는 디저트이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수녀들이 달걀 흰자로 수도복에 풀을 먹이고 남은 노른자로 만들어 먹던 에그타르트 레시피를 전수받아 1832년부터 판매했다고 하는데 파스테이스 드 벨렝은 지금 세계적인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30여분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줄이 짧아졌다.

에그타르트는 6개 한 상자에 8.4유로.

공원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먹기로 한다.

커피를 마시려고 보온병을 꺼냈는데 가져오기로 한 커피가 버스 짐칸 캐리어에 있다고 하네.

그림의 떡이었네.

그건 지금 현재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데...

다들 정신이 없구만.

 

 에그타르트는 평소 그리 선호하는 디저트는 아니다.

다만 여기 에그타르트는 금방 구워져서 따뜻하고 겉은 바삭한데다 속은 촉촉하고 유난히 달콤하다.

따뜻한 물과 함께 에그타르트 한 입 꿀꺽!

우리 네 명이 하나씩 먹고 두 개는 인솔자와 가이드에게 갖다 준다.

 

 

 희야 말에 따르면 다른 한국 단체여행 팀은 인솔자가 주문을 받아 한꺼번에 사더란다.

그러면 줄을 서느라 서둘러 달려갈 일이 없었겠지.

우리 인솔자 성격도 무던하고 사진도 잘 찍어주지만 아무래도 남자라 무덤덤해서 그런데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지 못했나 보다.

조금 아쉽기는 하네.

 

 지야는 어젯밤 플라멩코를 보면서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더니만 목이 쉬었다.

몸에 증거까지 남기며 공연 감상을 확실하게 했네그려.

감기 기운이 있다더니 기운이 없어 보인다.

남은 일정이 있으니 컨디션 조절 잘 해야 하는데...

 

 에그타르트를 먹고 잠시 한가하게 공원 구경을 한다.

老巨樹들이 많아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이 앞에 있으니 공원이 오래 되었겠지.

포르투갈의 역사와 함께 하는 공원 아닐까.

파란 하늘에 높이 뜬 구름, 그리고 樹齡을 자랑하는 구불구불한 가지를 드리운 나무의 연녹색 이파리까지 더해져 눈이 행복한 시간이다.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문정희 의 < 나무 학교>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