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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1) - 스페인 세비야 스페인 광장

솔뫼들 2024. 6. 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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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야 대성당 탐구생활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 일정으로 이어진다.

'세비야 마차 투어'는 선택 관광이다.

'세비야 마차 투어'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스페인 광장까지 슬슬 걸어가서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다.

 

 주변이 복잡한데 마차까지 더해지니 정신이 없다.

희야가 말의 배설물 냄새 때문에 힘들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희야는 특히 후각이 발달했다.

그래도 말은 초식동물이라 악취가 심하지는 않지.

발을 딛을 때 말의 배설물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기는 하네.

 

 

  인솔자를 따라 설렁설렁 걷는다.

자카란다 꽃그늘에서 기분좋은 상상을 하면서.

그런데 파랗던 하늘은 어디로 가고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한 줄기 소나기가 격렬하게  쏟아진다.

비를 피할 만한 공간도 없는 거리이다.

우산을 쓴 사람에, 옷을 뒤집어쓴 사람에, 모자로 가리는 사람에, 아무렇지 않게 비를 맞는 사람에...

 

스페인 날씨는 우리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상한 것과는 아주 다르다.

지중해성 기후로 우리나라보다 덥다고 생각을 했는데 숄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둘러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꽤 있고.

우리가 오기 일주일 전에는 무려 섭씨 40도까지 갔다니 정말 알 수가 없다.

스페인에서 특히 세비야가 덥다는데 우리는 지금 덥기는커녕 비를 맞으며 어깨를 떨고 있군.

 

 비를 맞으며 걷는데 일행 중 누군가 인솔자에게 소리를 꽥 지른다.

택시를 부르든지 비를 피할 방안을 강구해야지 이대로 갈 거냐고 하면서.

어딜 가나 성격 괴팍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를 인솔자가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리고 여러 명 의견을 통일하기도 쉽지 않지.

황당한 표정의 인솔자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해야 하지 않겠느냐 한다.

다양한 사람 비위 맞추느라 인솔자가 힘들겠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네.

 

 

 스페인 광장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니 천천히 가도 되겠다.

주변 풍경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빨간 시티투어 버스도 보고, 마차 타고 가는 사람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세비야에서 비를 맞으며 이렇게 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되겠지.

언제 그랬느냐 싶게 하늘이 또 멀게진다.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다.

스페인 광장을 앞에 두고 반달형 건물이 서 있다.

1929년 엑스포가 열렸던 건물인데 지금은 세비야 주정부 건물로 이용이 되고 있다고 한다.

건물 양쪽의 탑은 히랄다탑을 본떠 만들었단다.

건물 앞에 타일로 만들어진 벤치는 스페인 48개 도시 각각의 문장과 지도, 역사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네 도시를 알리는 벤치에서 사진을 찍는다나.

 

 

 정오에는 스페인 광장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도 있단다.

세비야를 상징하는 공연이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스페인 광장에서 공연을 하는 모양이다.

지금 시간은 플라멩코 공연과는 거리가 멀고.

아까 스페인 광장 오는 거리에서 플라멩코를 추는 사람을 보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거리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이 꽤 보이더니 열정적인 사람들은 역시 다르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도 찍고, 건물 계단에 앉아서 쉬기도 한다.

건물 앞 물길에서 유유히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네.

물길도 건물처럼 곡선이라 그런지 특별히 운치있어 보이는 걸.

아치형 다리도 물론 예쁘고.

 


 하늘이 개니 한결 사진이 잘 나온다.

정말 예측불허라니까.

그러니 유비무환이라고 비와 기온에 대비한 준비를 늘 하고 다녀야겠지.

 

 우리도 타일로 만든 벤치에서 번갈아 사진을 찍는다.

빗물 때문에 앉기에 좀 불편하지만 이왕이면 우리가 다녀온 바로셀로나 벤치를 골라서.

사실 어느 벤치이든 특색이 있고, 색상과 문양이 독특하니 곱다.

 

 

 사방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가 네 명이 함께 '점프 샷'을 뛰어보자고 했다.

그런데 몸이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체중이 그리 많이 나가지도 않는데 무겁게 느껴지네.

무릎에 충격이 느껴지는 걸.

몇 번 뛰다가 관절 아끼자며 포기했다.

 

 몇 년째 탁구를 쳐서 뛰는데 익숙한 희야는 연거퍼 몇 번을 뛰어오른다.

역시 힘이 좋다니까.

어디 사진이 잘 나왔으려나?

동양 아줌마들의 이벤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군.

 

 

 운동을 했으니 출출하고 목도 마르다.

주변을 둘러보니 노점상이 보이네.

드디어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우리가 원하는 걸 살 수 있을까?

 

노점상에 가 보니 젤라또는 없고 음료수 몇 가지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본인이 원하는 걸 골라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으나 마땅치 않다.

비가 내려 그나마 몇 안 되는 벤치가 젖었으니 앉을 수도 없고.

이래저래 다리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만오천 보 정도 걷게 된다.

다리가 고장나면 가고 싶은데를 갈 수가 없어 삶의 질이 팍팍 떨어지겠지.

그런 면에서 오늘도 내 다리에게 감사하다.

 

 

 난간에 기대어 각자 선택한 간식을 먹고 있는데 똥을 줄줄 싸면서 마차가 들어온다.

말들도 힘이 들겠지.

말의 배설물이 옷에 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순식간에 스페인 광장에 퍼지는 말똥 냄새라니...

마차를 타러 간 우리 일행도 곧 오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