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3) - 포르투갈 가는 길

솔뫼들 2024. 6. 17. 08:19
728x90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다.

오늘은 이베리아 반도 끝에 있는 포르투갈로 가는 날이다.

포르투갈이 에그타르트의 원조라고 해서 혹시나 에그타르트를 먹게 되면 커피가 어울리지 않을까 처음으로 보온병에 온수도 챙긴다.

 

 오늘도 버스에서 마냥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행기를 타도 공항에서 짐을 부치고 수속을 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꼼짝없이 버스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다행한 것은 EU 가입 국가들끼리는 별도의 절차 없이 편하게 오갈 수 있다는 것.

검색대를 통과하는 절차가 있으면 이상한 물건이 없어도 공연히 긴장이 된다.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런 면에서 시간이 좀 절약이 되겠지.

 

 

 포르투갈 특산품은 콜크와 와인이다.

텔레비전에서 포르투 와인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포르투 와인은 중간에 아구아르덴트 비니카를 넣고 발효를 중단시켜 다른 와인보다 알콜 도수가 높단다.

지금까지 포르투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으니 맛이 궁금하기는 하네.

포르투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주로 포르투 무역항에서 전세계로 수출되었기 때문이란다.

 

 와인 때문은 아니지만 다음에 포르투갈에 올 기회가 있으면 포르투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섬들도 풍광이 근사해 보였었지.

작년 일본 오제 트레킹을 할 적에 트레킹 회사 대표가 포르투갈 풍광을 극찬해서 굉장히 궁금해졌다.

근래 부쩍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포르투갈 대서양 주변 경치를 보여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래저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바깥 풍경을 보며 지루함을 달랜다.

스페인처럼 황량한 풍경은 사라지고 차창 밖으로 노란 물결이 이어진다.

스페인과 땅은 붙어 있는데 확실히 풍경이 다르기는 하네.

 

 

 가다 보니 방목하는 소들이 모두 누워 있다.

아주 평화롭고 한가로운 풍경이다.

여기에서는 소도 사람처럼 시에스타를 즐기는 모양이라고 하면서 웃었다.

 

 포르투갈은 세계에서 콜크 생산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포르투갈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콜크나무와 참나무의 차이에 대해서도 침을 튀기며 설명을 하는군.

콜크나무는 같은 참나무과로 언뜻 보면 참나무와 비슷한데 줄기가 벗겨져 있으면 콜크나무라는 것이다.

콜크를 채취하기 위해 10년에 한번씩 줄기를 벗긴단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나무가 고생을 하는 셈이다.

물론 나무 수명에 크게 지장은 없겠지만.

 

  그러고 보니 산에 다닐 때 이른 봄 고로쇠 수액을 얻기 위해 나무에 호스를 매달아 놓은 걸 본 적이 있다.

주렁주렁 링거줄을 매단 환자처럼 고로쇠나무가 안쓰럽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고로쇠나무 수액이 위장병이나 신경통, 관절염에 좋다고 소문이 나기는 했지.

인간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건 어떻게 그리 잘 찾아내는지...

 

 참나무가 많으니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나 당연히 도토리 생산이 많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스페인 특산품이고.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특유의 풍미와 함께 기름이 적고 육질이 쫄깃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 많은 도토리로 당연히 녹말을 만들어 묵을 쑬텐데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코 돼지를 사육할 때 쓰는 것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참나무에서 나는 도토리는 너무 떫어 묵을 만들어도 맛이 없단다.

어디에서든 생존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 교포들이 이미 시도를 해 보았다고 하네.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을 하던 가이드가 이번에는 '파티마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틀어준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3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라고 한다.

양치기 소년과 소녀, 세 명이 성모의 발현을 목격했는데 그로 인해 고초를 겪는 감동적인 이야기란다.

지금까지 파티마는 성모 발현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성지 순례객들이 몰려든단다.

오후에 우리가 파티마로 갈 예정이라 미리 정보를 주는 모양이다.

 

 리스본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 본 포르투갈의 느낌은 스페인에 비해 소박하고 침체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미적 감각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스페인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예술에 대한 지식이 얄팍하기도 하지만 포르투갈 출신 예술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네.

다만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로 알려진 알바로 시자가 떠오른다.

가까이는 안양 파빌리온을 알바로 시자가 설계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건물 이름을 알바로 시자홀이라고 불렀지.

작년에 갔던 군위 사유원에도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 있었다.

알바로 시자는 사유원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설계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절했다는데 사유원 설립자의 요청에 의해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 사유원에 자리하게 되었다고.

 

                      ( 안양 파빌리온, 일명 알바로시자홀을 위에서 찍은 풍경)

 

 리스본에서는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메뉴는 바칼라우, 대구 요리이다.

바칼라우는 소금에 절인 대구를 말렸다가 물에 물려 감자와 함께 볶아내는 요리라고 한다.

어떤 요리일지 기대가 된다.

 

 바칼라우는 삐리삐리(Piri piri) 소스와 함께 나온다.

삐리삐리 소스는 쉽게 말하면 핫소스이다.

고추로 만들어서 매콤하고 레몬과 후추, 마늘 등이 들어가 다채로운 맛을 낸다고.

바칼라우가 기름지지는 않지만 삐리삐리 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다기에 살짝 뿌렸는데도 코를 자극할 정도의 매운 맛이 확 느껴진다.

나는 예전보다 매운 것을 먹으면 고통스러워서 그것으로 만족한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친구들은  삐리삐리 소스를 한국에 사 가고 싶다고 하네.

확실히 입맛과 취향이 다르기는 하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에서 먹는 첫 끼니인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입맛에 맞는 음식이었다.

오렌지도 정갈하게 썰어서 나와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고.

포르투갈에서의 다른 것들도 기대가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