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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돌아보고 포르투갈 찍고 (10) - 스페인 세비야 세비야 대성당

솔뫼들 2024. 6.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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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은 후 버스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른다.

세비야 가는 길에 엘 가스토르 호수에 들른단다.

인공호수인데 물빛이 신비로운 에메랄드빛을 띤다고.

하지만 가뭄이 들어 물이 1/3 정도만 차서 별 기대를 할 게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 뭐 하러 굳이 들를까?

 

 오늘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가 이 지역에는 복이라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가뭄이 심했으면 그럴까 싶군.

봄 가뭄이 심해 농사에 피해가 많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날씨 변화가 심해 올리브 농사가 잘 안 됐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다.

세계 최대 올리브 생산지인 스페인 올리브 농사가 흉년이면 세계 올리브유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겠지.

그에 따라 올리브유로 만드는 음식 값도 오를 수밖에 없고.

휴!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가 결국 속수무책으로 인간을 어렵게 만드는데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가이드 이야기를 들으며 창밖 풍경에 눈을 주다 보니 엘 가스토르 호수에 도착했다.

가이드 말대로 호수에 물이 반도 안 찼다.

그런데 호수 풍경보다 산자락에 자리잡은 마을이 안온해 보인다.

산 위에는 요새 같은 건축물이 보이고 그 아래 마을이 자리잡았다.

연붉은 지붕을 이고 흰 외벽을 가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아주 깔끔하다.

사진 몇 장 찍고 발길을 돌린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본격적으로 세비야를 향해 가는 길이다.

세비야 가는 버스 안에서 세비야 자유시간에 젤라또를 사 달라고 희야에게 졸랐다.

젤라또 사 주면 총무님에서 회장님으로 승진시켜 준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우리 네 명이 공동 경비를 걷어서 주로 간식을 먹는데 사용하기로 해서 하는 소리이다.

늘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고상한 옆자리 모녀가 우리가 말하는 걸 듣고는 빙그레 웃는다.

세비야에서 젤라또 찾아 먹을 여유가 있으면 좋겠네.

 

세비야는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발렌시아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큰 도시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위도상에 있다.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광장, 플라멩코 등이 알려져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고.

 

세비야는 우리에게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로 알려진 지역이다.

오페라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젊은 귀족 알마비바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여인 로지나와 결혼하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카르멘' 등 유독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가 많다.

세비야가 오페라의 무대가 되는 이유는 무얼까?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도시로 우리는 지금 가고 있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있는 도시로 과달키비르강 어귀에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 해외 식민지 건설의 거점으로 콜럼버스의 항해가 시작된 곳도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마젤란도 여기에서 세계 일주의 닻을 올렸고.

 

 

 수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과달키비르강 근처에서 하차했다.

강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보랏빛 꽃을 피운 나무였다.

처음 보는 나무라 자꾸 눈길이 간다.

인솔자에게 물으니 나무 이름이  '자카란다'라고 한다.

아열대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라고 하는데 이름을 기억하려 입으로 여러 번 되네인다.

보랏빛 꽃나무가 이어지는 거리는 또다른 멋진 풍광이다.

 

 오렌지나무도 보인다.

주렁주렁 달린 오렌지를 하나 따서 덥썩 깨물고 싶어진다.

그런데 거리에 있는 오렌지나무는 우리가 먹는 오렌지나무와 다르다고 한다.

먹어도 영향은 없겠지만 맛이 없어 먹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관상용이라는 말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과실용과 달리 잎사귀 옆에 새끼손톱만한 작은 잎이 하나 덧나 있다.

자카란다와 오렌지나무가 독특한 풍경을 만드는 거리에서 여행자는 즐겁다.

 

 

 과달키비르강가에 배가 한 척 전시되어 있다.

이 배는 세계 최초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마젤란이 여기에서 출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크기를 축소해 똑같은 모양의 배를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처럼 포르투갈 출신 마젤란도 15C 초 스페인의 도움으로 세계 일주에 나섰다.

비록 필리핀에서 살해당해 스페인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의 세계 일주는 성공한 것으로 여긴다.

남미 갔을 때 마젤란 해협 근처 푼타아레나스에 마젤란의 동상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콜럼버스나 마젤란이나 스페인 사람이 아니면서도 스페인의 지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세상을 바꾸는 건 이렇게 무언가 가리지 않고 포용하는 정신에서 나오지 않을까.

콜럼버스를 지원한 이사벨 여왕이 다른 왕과 다르게 언급되는 것도 그런 안목 때문일 것이다.

이슬람 문명과 카톨릭 문명이 섞인 나라 스페인을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가 있겠지.

 

 

 걷다 보니 앞에 탑이 보인다.

'황금의 탑'이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해 준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취득해온 황금을 이곳에 모아 놓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지금 이 탑 안에는 뭐가 있을까?

 

 이제 세비야 대성당으로 이동한다.

세비야 대성당은 세계 3대 성당 중 하나이고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고 한다.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세비야 대성당을 짓는데 무려 105년이나 걸렸다나.

 

 

 세비야 대성당을 들어가는데도 소지품 검사를 한다.

스페인 와서 벌써 몇 번째인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모든 관광객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비야 대성당에 콜럼버스 시신을 안치하고 있는 것이다.

죽어서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 때문에 네 명의 스페인 왕이 콜럼버스의 관을 들고 있다.

그만큼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륙이 스페인에 중요했다는 말이겠지.

 

 

  세비야 대성당 규모가 워낙 커서 무얼 보고 듣는지 정신이 없다.

가이드의 설명은 이제 귓등으로 흐른다.

여느 성당처럼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고, 그림과 조각이 있었지.

스테인드글라스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통해 성경의 내용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고, 휘황찬란하게 금빛으로 칠한 곳도 있었다.

화려함의 극치이고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세비야 대성당에서 그만 넋을 잃은 느낌이다.

 

 여기저기 해설을 들으며 구경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오렌지정원에서 잠깐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 오렌지정원과  히랄다탑만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라고 한다.

히랄다탑은 세비야 대성당보다 높아 세비야 곳곳에서 보인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