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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소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물론 전에 읽은 '정글만리'로 인해 그 믿음이 좀 깨지기는 했지만.
'태백산맥'이나 '아리랑', '한강'에서 느꼈던 힘이 느껴지지 않고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 건 독자 중 나뿐일까.
물론 대하소설에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지만 한 권짜리 책으로도 얼마든지 깊이를 가질 수 있는데 '황금종이'는 그렇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황금종이는 당연히 돈을 말한다.
주인공 인권변호사조차도 무의식중에 돈을 갈망하게 되지 않는가.
다만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범위 안에서 정직하게 돈을 벌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보통 사람인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하고 사실 안다고 해도 사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도리어 세상에 대한 염증만 커질 뿐 아닌가.
이 책은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권력, 바로 금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니 누구를 만나든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돈과 관련이 있기는 하다.
집 이야기도, 옷 이야기도, 자식의 유학이나 결혼 이야기도, 심지어 놀러 가는 이야기도 돈에 관련이 된다.
거기에 다른 사람과 모든 걸 비교하는 우리나라 문화도 부채질을 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작가가 비판하고 싶었겠지만 책을 읽으며 최영 장군이 했다는 '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소박하게 사는 행복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람도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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