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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솔뫼들 2024. 3. 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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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출신 저자 엘리스 로버츠는 과학자로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알기 쉽게 전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그 일부이지 않을까.
 
 제목이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이고,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인간이 길들인 것 중에서 어떤 것들을 언급할까?
사실 다른 책에서 밀이나 쌀, 개 등에 관한 내용은 여러 번 읽었다.
책을 들춰 보니 열 가지의 마지막에 호모 사피엔스가 나와 있다.
인간도 거기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물론 원제를 보면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되어 있으니 호모 사피엔스가 맞겠다.
어쩌면 세상을 가장 심각하게 변화시킨 종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 아닐까.
 
 개, 밀, 소, 옥수수, 감자, 닭,  쌀, 말, 사과, 인류.
이 열 가지를 저자는 언급한다.
인간이 가장 먼저 길들인 것이 개라고 했었지.
저자는 사람들이 늑대를 길들인 것도 있지만 늑대도 먹이가 궁할 때 인간에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추론을 한다.
그런 추론 과정이 한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이 흥미롭다.
밀은 서양에서 빵을 만들기 위해 재배한 식물이고, 옥수수는 남미 대륙의 주식으로 길들여졌다.
소는 단백질 공급원이 되기도 했고, 농사에 이용되기도 했고, 때로는 우마차를 끄는 힘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감자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아일랜드 기근이다.
한 종류의 감자만 심어서 그 감자에 병이 돌 때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목숨을 잃었던가.
그 후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살 길을 찾아 북미 대륙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호모 사피엔스이다.
아홉 가지를 인간이 길들였는데 저자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길들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하나뿐인 지구가 호모 사피엔스로 인해 망가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인구가 많아 아직도 기아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황금쌀 등 GMO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람들을 영양학적으로 먹여야 하고, 넘쳐나는 육식 등 지구를 해치는 일을 덜 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누구도 한 마디로 진단하기 어려운 일이겠지.
 
 진화, 유전 등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놓은 저자의 잔치를 구경하고 왔다.
꽤 두툼한 책의 극히 일부분만 머리 속에 남았겠지만 그래도 읽기를 잘 했다.
누구에게든 추천해도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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