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며 사랑하며

한해를 보내며

by 솔뫼들 2022. 12. 31.
728x90

 12월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원하는 내년도 수첩을 구입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네 군데 헤매다 어제 구입했다.
동네 문구점은 미리 주문해야 가능하다고 하고, 영풍문고 두 곳은 또 하필 그 사이즈가 빠졌다고 한다.
무려 네 번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교보문고에서 수첩을 구하고 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기분이 좋았다.

 

 내가 성인이 되면서부터 줄곧 사용하던 수첩이 양지사 72면짜리 수첩이다.

지난 수첩을 주욱 꽂아 놓았는데 일기를 쓰지 않은지 오래 되었으니 거기 내 인생이 모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일정표도 사용하지만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필로 쓴 메모가 수첩에 다 적혀 있다.
물론 가계부도 그렇게 연필로 쓴다.
역시 성인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하겠지만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아마도 살아 있는 동안, 아니 내 정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 그렇게 하지 않을까.

 

 수첩을 사면 일단 내년도 생일이며 기일 등등 챙겨야 할 것을 기록해 넣는다.

그 다음 하는 일이 전화번호이다.

이제 거의 다 휴대전화로 바뀐 전화번호가 매해 바뀌지는 않지만 개중에는 지우고 싶은 사람도 있고,  또 추가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누구는 이런 걸 '연말정산'이라고 표현했다.

그래, 연말정산이 꼭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필요할 수 있지.

 

 기분좋게 추가할 전화번호가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멋진 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반대로 지우고 싶은 전화번호를 보면서는 생각에 잠긴다.

지우지는 않지만 이미 마음 한 구석에서 밀려나 쉽사리 연락을 하지 않게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는 했겠지만 오래된 관계가 다 좋은 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가끔 깨닫는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 새로 사람을 사귀는게 어렵다고 하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마냥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또 한 해를 보냈다.

누구는 자신의 한 해에서 기억에 남을 10가지를 떠올려본다고 한다.

나도 한번 그렇게 해 볼까?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사는 냄새  (0) 2022.09.02
말 한 마디의 위력  (0) 2022.06.19
이런 자식 사랑  (0) 2022.01.21
독감일기 2  (0) 2018.01.19
독감일기 1  (0) 201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