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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러다가 감기 걸리는 것 아냐?
혼자 구시렁거리지만 약속은 약속.
인원도 적은데다 내가 정한 곳이다 보니 일단 가는 거다.
내가 못 가도 큰 일은 안 나겠지만 '그놈의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나갔다.
급한 성격 탓에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했는데 날씨는 많이 풀렸다 했는데도 으슬으슬 몸이 떨린다.
좋은 징조는 아닌걸.
일행이 다 모여 들머리로 이동하니 그나마 몸에 열이 나서인지 낫다.
걷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설경에 취하기도 하고...
사실 감기 기운이 느껴지다가도 산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씻은 듯 개운했던 적이 있어서 오늘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는다.
깔딱고개를 지나 본격적인 난코스 구간이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바위 구간을 선택했겠지만 작년 일 이후로 나도 모르게 바위에서 멈칫 하게 되고 더구나 오늘 같이 눈이 쌓였을 때는 안전이 최고지.
편하게 계단길로 가자 하니 위암 수술 후 1년 만에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 친구가 바윗길을 고집한다.
하는 수 없이 '몇 명 되지도 않는데...' 하면서 낑낑 바위에 매달린다.
정말 살짝 눈이 쌓인 바위는 발을 딛자마자 미끄러져내린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
그렇게 두번 바위에 매달리고 나니 진이 빠졌는지 서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릴 힘도 없다.
바위 한 켠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우스웠을까?
왜 그러느냐 하면서 총무가 자꾸 사진을 찍어댄다.
몸 상태가 안 좋다니까요.
그렇게 바위 타고 주저앉기를 몇 번 하고 주봉에 올랐다가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은 짧게 하자.
다행히 하산이라서인지 그리 힘이 들지도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뿔사!
귀가하는 전철 안에서 일행과 헤어진 후 오한이 나기 시작한다.
심상치 않다.
그러나 방법이 없지.
그저 얼른 집에 들어가 이불 뒤집어쓰고 쉬는 것밖에는.
3주쯤 불면증에 시달렸으니 컨디션은 이마 바닥을 보였을테고,
연말에 생긴 스트레스며 지난 해의 힘들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졌구나.
연초에 진하고 앓고 한 해 무탈하게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비몽사몽 잠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