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오늘 하루 내가 누구를 기분좋게 했나 하는 구절이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무 것도 없더라구요.
단지 한동안 격조했던 친구에게 먼저 안부 전화 한 일 밖에.
그 일도 누군가를 기분좋게 한 일인지 모르지만...
어제는 비가 출출 오는데 얼굴도 푸석푸석하고
마음도 축 가라앉아 영 모든 일에 의욕이 안 났습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라
아침에 독서 치료 수업 다녀오고
오후 일 나가기 전에 자동차 리콜 대상이라고 연락 온 것을 보고는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받으러 갔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가면 누군가 무슨 일로 왔느냐고 늘 친절하게 물어 주더군요.
절차와 기계적인 것에 어두운 사람에게
친절한 말 한 마디는 용기가 되기에 충분하지요.
무슨 일로 왔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 참, 좋아 보이네요."
라고 말을 해요.
무슨 말인지 몰라
"예?" 라고 반문하니
" 걷는 모습이 사관 생도처럼 절도가 있고 씩씩해서 보기 참 좋아요."
라고 하더군요.
고맙다고 말하고는 혼자 피식 웃었지요.
나쁜 말은 아니니까요.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서 늘어져 있다가 나왔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바로 정신을 번쩍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작은 관심 하나가, 짧은 말 한 마디가 얼마나 사람을 달라지게 하는지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지요.
남은 하루는 기운차게 보내려고 애를 썼구요.
그러면서 생각해요.
하루에 한번씩 정말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지.
(2004년, 4월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