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사람 사는 냄새

솔뫼들 2022. 9.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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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이러저러한 핑계로 안부 전화를 미루고 
오늘 비로소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담이 결려서 고생을 하시는데 병원에는 안 거르고 다녀 오셨는지
기분은 어떠신지 궁금했다. 
조금 덜 했다가 콩 타작을 하느라 더 심해지셨단다. 
하나마나한 말을 하는 것도 이제 지쳐서 더 이상 아무 말씀 안  드리고 
그저 병원은 꼬박꼬박 다니시라고만 했다.
전에는 그 놈의 콩 덜 먹으면 되지 꼭 그렇게 70대 노구를 이끌고 무리를 해야 하느냐고 
화를 내었는데 일년 농사 지은 것을 눈으로 보면서 수확 시기를 놓치는 것은 
농사를 평생 지으신 어른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말씀도 안 드린다.

 

 어제는 해가 지고 늦은 시간까지 콩타작을 하는 어머니를 보고 우리집을 짓는 인부 한 명이 이런 소리를 하더란다.

" 할머니, 해가 졌는데 무슨 일을 그리 하셔유? 그렇게 하다 병원 가면 뭘 해  유?"
어머니는 그런 말이라도 붙여주는 젊은이가 미더워  " 그럼, 내 일인데 누가 해 주나? 언제 해도 내가 할 일인데, 뭐."

이렇게 대꾸를 하셨다고 한다.

 

 일하는 틈에 가끔은 어머니를 도와 주는 이 사람들에게 안 해 주어도 되는 간식을 해 주느라 어머니는 또 바쁘다.

이런 말이라도 해 주는 것이 고마워 그저 뭐든지 주고 싶으신단다.

사람 사는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자기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붙임성있게 구는 젊은이를 보며 이런게 정이구나 느낀다는 어머니와 틈틈이 도와 드리려는 젊은이를 생각하면 아직 세상은 그렇게 삭막한 것만은 아니구나 여겨진다.
                                                                                                 (200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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