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알람소리에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비는 안 오는군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날씨는 큰 변수로 작용을 하지요.
게다가 오늘처럼 종일 걷는 일정이 포함된다면 더 하고요.
어제 사온 빵과 요구르트, 사과로 아침을 먹습니다.
사과빵 맛이 궁금했는데 안에 사과가 들어 있군요.
사과가 익었을텐데도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제 입맛에 좀 달기는 하지만 특별한 맛입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오늘 걸을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삼가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선비촌으로 가서 소백산자락길 첫번째 자락을 걷기로 했지요.
삼가주차장에서 택시를 불러타고 선비촌으로 이동을 합니다.
선비촌에서 트레킹을 시작해 삼가주차장에서 끝낼 예정이지요.
선비촌 주차장에서 안내판을 보면서 우리가 갈 코스를 찾아보는데 이정표가 안 보이네요.
결국 자원봉사자한테 물어서 길을 찾습니다.
소백산 자락길은 영주와 단양, 영월, 그리고 봉화에 걸쳐 있는 143km의 걷는 길입니다.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소백산을 일러 '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라고 했다지요.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병란을 피하는데에는 태백산과 소백산이 제일 좋은 곳이라고 했고요.
그만큼 주변이 사람이 살기에 좋은 곳이라는 의미이겠지요.
소백산 자락길 첫번째 자락은 12.6km로 4시간 30분 걸린다고 나와 있네요.
선비길, 구곡길, 달밭길로 나뉘어집니다.
오전 9시 10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10월 중순에 접어드는데도 날씨는 생각보다 덥습니다.
오늘도 땀깨나 흘리겠군요.
자원봉사자가 알려준 대로 가니 옆에 금성대군 신단을 끼고 걷게 되어 있습니다.
금성대군 신단은 사적 제49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금성대군은 조선 세종의 여섯째 아들이지요.
금성대군은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복위운동에 연루되어 순흥에 위리안치되었다가 순절했다고 합니다.
아픈 역사가 새겨진 곳이네요.
소백산 자락길로 접어들자 반가운 파란색 올챙이 표시가 보입니다.
단양에서 여섯번째 소백산 자락길을 걸을 때 친구 했던 녀석이지요.
종일 이 올챙이를 따라가면 되겠군요.
조금 가자 널찍한 공터가 나옵니다.
뭘 하는 곳일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돌계단 위 높직한 곳에 향교가 자리잡고 있군요.
건립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조선 후기에 移建되었다고 합니다.
소수서원을 비롯해 영주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곳임을 알게 해 줍니다.
다시 길로 나섭니다.
작은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에 한옥을 짓는 곳이 보이는군요.
영주라는 도시와 한옥,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멘트를 사용한 건물을 보다가 한옥을 보면 정답고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들판은 바야흐로 가을입니다.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사과를 무겁게 매단 사과나무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있고요.
풍성함이 느껴지는 전형적인 가을 풍경이네요.
영주는 인삼도 유명하지요.
지나다 보면 인삼밭도 많이 보입니다.
물론 영주 인삼이라 하지 않고 풍기 인삼이라고 하지만요.
올해 코로나 여파로 인삼이 팔리지 않아 인삼밭을 갈아 엎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인삼은 1, 2년 키워서 되는 작물도 아닌데 말입니다.
한동안 평탄한 들길이 이어집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오네요.
소백산자락길 중에서 '선비길' 3.8km는 난이도가 '下'라고 되어 있더니만 이렇게 평지를 따라 주욱 걷는 길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차도를 따라 걷는 길입니다.
오가는 차가 많지는 않지만 그리 선호할 만한 길은 아니군요.
그래도 뚜벅뚜벅 걷고 있는데 눈앞이 시원해지더니만 저수지가 나타났습니다.
순흥저수지는 영주 순흥면 내죽리와 배점리 사이에 있는 저수지이지요.
기분이 좋아져 사진을 몇 장 찍고 자세히 보니 저수지를 따라 데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차도를 따라 걷는 것보다 저 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길은 상황에 따라 변하니까 친구는 다음에 소백산자락길 첫번째 자락이 저 데크를 따라가지 않을까 추측을 하더군요.
그리 되면 좋겠습니다.
토종닭 음식점도 지나고 '구비도라'라는 전통찻집도 지나갑니다.
총천연색 바람개비가 도는 마을에서 좌회전을 합니다.
골목길 옆에 율무가 보이는군요.
초등학교 시절 학교밭에 율무를 심었더랬습니다.
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율무밭에서 풀도 뽑고 율무도 땄던 기억이 납니다.
한동안 염주를 만드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라더군요.
그 율무로 학교측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율무밭에서 실습을 할 때는지독하게 싫어서 투덜거렸는데 세월은 그마저도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가다 보니 비각이 보입니다.
무슨 비각일까요?
'裵純旌閭閣'이라고 되어 있군요.
그러면 당연히 배순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지요.
죽계 건너 맞은편 산자락에 배순의 대장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에 그가 이곳에서 만든 물건은 최고 인기였다고 하네요.
아직도 대장간 자리에서는 불에 그을린 돌멩이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배순은 행실도 착했지만 그의 지극한 효성은 인근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합니다.
또 대장장이 신분이었지만 글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틈 날 때마다 소수서원에 들러 퇴계 이황의 강의를 문 밖에서 들었다고 하네요.
이를 안 퇴계가 직접 안으로 불러들여 제자로 삼았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 후 배순은 퇴계가 타계하자 삼면복을 입었으며 선조대왕의 승하시에도 삼년 동안 삭망에 국망봉에 올라 서울을 향해 곡제사를 지냈는데 그 슬픈 소리가 궁성에까지 들려 나라에서 정려를 내리게 되었는데 그 정려각이 삼괴정에 있습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충신으로 부르고 마을신으로 모셔 동제를 올린다고 합니다.
국망봉이라는 산 이름도 이 때문에 생겨났고 배점(裵店)이라는 마을 이름도 배순의 무쇠점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배점마을 주차장에서 '선비길'이 끝났습니다.
이제는 산길로 접어들면 좋겠군요.
1시간쯤 포장도로를 걸으니 발바닥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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