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5호와 7호 관사를 둘러보고 발길을 부지런히 옮깁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오는 시간입니다.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야지요.
점심에 묵밥을 먹었으니 영양 보충 삼아 저녁은 한우로 먹기로 합니다.
영주는 사과도 많이 나지만 한우도 유명하지요.
차를 가지고 축협한우프라자로 이동합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군요.
외지인보다는 현지 주민들인 것 같은데 대부분 연배가 높아 보입니다.
영주도 오래된 도시 느낌이 물씬 나니 영주와 함께 나이 들어 가는 분들이겠지요.
등심을 주문했습니다.
보기에도 정말 고기가 맛있어 보이는군요.
고기가 질기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딱 맞습니다.
정신없이 고기를 먹고 차돌된장찌개에 밥까지 시켜서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도 분명히 체중이 왕창 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니 체력적으로 힘들어 자꾸 먹게 되는데 결국 먹은 것이 에너지를 쓴 것보다 많다는 말이겠지요.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2층 음식점에서 나와 1층 하나로마트로 갑니다.
내일 아침 먹을 요구르트를 살 예정입니다.
소수서원에서 오는 길에 목장에서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판다는 안내문을 보았는데 신선한 우유로 만든 그걸 사고 싶었습니다.
차가 달리는 중이었고, 차를 세우기 편한 위치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포기했는데 '영주요구르트'라는 요구르트가 하나로마트에 있더군요.
두번 생각도 않고 바로 '영주요구르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제 숙소로 갑니다.
영주의 밤 거리는 어떨까요?
황금연휴인데도 거리에 차량이나 오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좀 덤덤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쇠락해가는 도시를 보는 느낌이 쓸쓸합니다.
숙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일 아침 식사용 떡을 사기 위해 시장 골목으로 갑니다.
거리가 어두컴컴하다 싶었더니만 저녁 8시도 안 되었는데 문을 닫은 곳이 많네요.
떡집이 보여 들어갔더니 떡은 없고 오토바이에 정신이 팔린 주인이 손님에게 관심도 안 보이면서 오후 7시면 가게를 닫는다고 합니다.
돌아서 나오니 다행히 건너편에 '선비골 오백빵집'이라는 빵집이 있습니다.
거기는 문을 열었군요.
사과빵과 찹쌀떡을 고르고 계산을 하는데 가격이 무척 쌉니다.
계산을 잘못 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
사과빵은 하나에 1,000원, 찹쌀떡은 500원이네요.
다른 곳은 보통 빵 하나에 3,000쯤 하지 않나요?
가격이 싸니 맛이 궁금해지네요.
숙소로 가는 길에 헌책방이 보입니다.
책에 관심이 많다 보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하! 무인점포였네요.
저녁인데 불을 밝히고 있어서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
앉아서 잠깐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네요.
물론 무인점포이니 CCTV가 설치되어 있겠지만 책을 찾는 사람들의 양심을 믿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이 얼마나 오갈까 싶어집니다.
가끔 인터넷 중고서점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제가 사는 근처에도 이런 헌책방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지네요.
아마도 너는 거기서
희푸른 나무 간판에 생(生)이라는 글자가 발돋움하고 서서 저녁 별빛을 만지는 것을 볼 것이다
글자 뒤에선 비탈이 빼곰이입술을 내밀 것이다
혹은 꿈길이 금빛 머리칼을 팔락일 것이다
잘 안 열리는 문을 두 손으로 밀고 들어오면
헌 책장을 밟고 선 문턱이 세상의 온갖 무게를 받아안고 낑낑거리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다
구불거리는 계단으로 다가서면
눈시울들이 너를 향해 쭈삣쭈삣 내려올 것이다.
그 꼭대기에 겁에 질린 듯 새하얘진 얼굴로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철쭉 한 그루
아마도 너는 그 때
사람들이 수첩처럼 조심히 벼랑들을 꺼내 탁자에 얹는 것을 볼 것이다
꽃잎 밑 나 닳은 의자 위엔 연분홍 그늘들이 웅성이며 내려앉을 것이고
아,거길 아는가
꿈길이 벼랑의 속마음에 깃을 대고
가슴이 진자줏빛 오미자차처럼 끓고 있는 그곳을
남몰래 눈시울을 닦는, 너울대는 옷소매들, 돛들을, 떠 있는 배들을
배들은 오늘 어딘가 아름다운 항구로 떠날 것이다
강은교의 < 아벨 서점 > 전문
5분쯤 되는 거리를 걸어 숙소에 들어왔습니다.
내일 일정을 친구와 이야기하고는 짐을 정리해 놓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씻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듭니다.
종일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기는 했네요.
긴장이 풀리는지 눈이 저절로 감기고, 텔레비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립니다.
눈앞에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가 보이는 것 같은데 꿈결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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