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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여행 열하루째 - 판공초 가는 길

솔뫼들 2019. 10. 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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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오늘은 유명한 호수 판공초로 가는 날입니다.

1박2일짜리 일정이지요.

하루 종일 8시간 차에 시달려야 하니 또 걱정이 되는군요.

티베트 속담에 이런 것이 있었지요.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맞는 말입니다.

미리 걱정해야 소용없으니 그냥 부딪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판공초는 해발 4200m에 위치한 鹽湖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이곳이 바다였다는 말입니다.

판공초는 인도 라다크와 중국 티베트에 걸쳐 있는 길이 134km, 폭이 5km에 달하는 대단히 큰 호수이지요.

'초'는 이곳 말로 '호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라다크 관련 영상에는 대부분 판공초가 등장합니다.

북인도 라다크 오지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판공초를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판공초는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 나와서 더 유명해졌다고 하더군요.

그 영화를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인도도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안정된 직장 등 젊은이들의 취업과 관련해서는 비슷한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주인공들의 추진력이 더 멋지게 기억되지요.

" ALL IS WELL."을 외치는 그들의 패기가 부럽습니다.

물론 판공초가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졌는지도 찾아 보아야겠지요.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창문을 수시로 여는 바람에 힘들었다는 젊은 친구가 가이드와 자리를 바꿔 우리 차량에 탔습니다.

방 2개 룸메이트끼리 한 차를 탄 셈입니다.

대화가 잘 되겠군요.

차에 타는 시간이 기니 간식도 아예 꺼내 놓고 물도 문 옆구리에 준비해 둡니다.


 차창 관광은 늘 비슷합니다.

창 밖으로 곰파가 보이고, 붉은 岩山이 보이고, 역시나 힘차게 흐르는 강물이 있습니다.

비슷한 경치에 특별한 감흥이 없는 시간입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차는 쉼없이 달려가는군요.

전보다 길이 많이 넓어지고 포장이 되어서 판공초 가는 길이 편해졌다고 하는데도 아직 교행이 불가능한 곳이 많습니다.

당연히 앞에서 오는 차를 기다려 주어야 하지요.

아슬아슬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다 보니 길 옆에 낡은 버스 한 대가 부식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고장이 났거나 사고가 났거나 그랬겠지요.

길 아래를 무심코 보니 군용차량도 굴러떨어져 있군요.

이럴 경우 견인차가 와서 차량을 끌어올리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누군가 가벼운 타이어만 빼가고 차는그대로 방치한답니다.

그 광경을 보니 저절로 소름이 돋는군요.

사고가 나면 부상자나 사망자 처리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우리 차가 앞서가다 개천가에 섰습니다.

개천이 흘러가는데 그 옆으로 들꽃 세상이 펼쳐졌군요.

빛깔이 참으로 곱습니다.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흰색 자그마한 꽃들이 물소리와 어울려 피어 있습니다.

아! 여기에서 며칠 쉬어가면 좋겠군요.

하늘을 지붕 삼아 풀을 이부자리 삼아 물소리를 들으며 캠핑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진 몇 장 찍고 풍경 감상에 빠져 있는데 뒷차도 와서 멈추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일행들 동작이 분주하군요.

때로는 피사체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자세를 보는게 더 재미있습니다.

서서 사진을 찍는 건 당연하고, 쪼그리고 앉거나 심지어 바위나 풀밭에 엎드리는 것도 다반사네요.

그들이 어떤 사진을 찍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스마트폰을 들고 몇 번 셔터를 누르는 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요.



 정말 예쁜 풍경을 뒤에 두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길가에 도로 포장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있군요.

한쪽에서는 무너져내리는 언덕을 정리하고 한쪽에서는 아스콘을 깔고...

마냥 '느리적느리적' 하니 금세 되지는 않겠지만 머지 않아 모두 포장이 되겠지요.

하지만 아직 비포장도로가 남아 있습니다.

비포장도로에서는 더욱이나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지루하도록 덜컹거리면서 차가 갑니다.

휴! 한숨이 절로 나오네요.

이런 길에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잠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중간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사실 라다크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나 긴 시간 차를 타는 줄 몰랐습니다.

차 타는 시간 때문에 다시 오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나마 판공초 가는 길에는 볼거리가 많군요.



 가다가 양떼를 만났습니다.

초원이 펼쳐져 있는 곳이지요.

수많은 양떼를 모는 목동은 예상과 달리 여성이더군요.

하루 종일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는 곳에서 양떼와 지내야 하는 목동의 삶은 어떨까요?

가만히 목동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양들은 사람에게 익숙한지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어옵니다.

혹시나 특별한 먹을거리가 있나 찾는 걸까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양을 보는 건 처음입니다.

양이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참으로 순해 보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양에 기대어 많은 것을 해결하겠군요.

우유와 치즈, 버터, 그리고 양털로 만든 옷이나 이부자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