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양들과 노는 시간을 끝내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
아침부터 차를 달려 해가 기우는 오후가 되었으니 여기에서 판공초가 멀지는 않겠군요.
그 유명한 판공초 모습이 언제 나타날까 차창을 통해 확인하려 앞만 보고 있습니다.
드디어 판공초입니다.
그런데 차는 내리 달리네요.
판공초가 워낙 크다 보니 경치 좋고 쉬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는가 봅니다.
도로는 또 어느 새 비포장도로로 바뀌었습니다.
왼편에 판공초를 두고 달리는 길입니다.
드디어 차가 멈춰섰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차에서 내려 후다닥 호수를 향해 달려갑니다.
아, 물빛이 이럴 수도 있군요.
설산을 배경으로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적당히 배치되어 있고 그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가 있습니다.
하늘빛과 구름빛, 그리고 물빛이 모두 환상적입니다.
이럴 때 어휘력이 부족함을 절감하게 되지요.
사방으로 돌아가며 카메라를 대고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외에도 주변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있군요.
어떤 여행객은 맨발로 호수에 들어갑니다.
물빛 때문인지 시리도록 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들을 보다가 살그머니 호수에 손을 담갔습니다.
생각보다 물이 차지는 않군요.
살짝 맛을 보니 심하지는 않지만 염분기가 느껴집니다.
염호라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히말라야의 바위에서 巖鹽이 나옵니다.
히말라야 암염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하여 꽤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친구와 저는 호숫가에 돌탑을 쌓기로 했습니다.
주변에서 돌을 주워 하나하나 쌓아 올립니다.
그리고 돌탑과 함께 서로 사진을 찍어줍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이렇게 남겨 봅니다.
'사진 말고는 가져오지 말 것, 발자국 말고는 남기지 말 것.'
미국의 자연보호단체 시에라클럽에서는 이렇게 말하지만 돌탑은 주변을 훼손하는게 아니니 괜찮겠지요.
한참 사진을 찍고 놀다가 그만 가만히 한 곳에 앉아 쉽니다.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호수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돌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잘 하는 것이 걷는 것밖에 없는 사람이 한 생각이지요.
300km 가까이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라 열흘쯤 걸리겠지만 호수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주변 자연 환경과 하나 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돌았다. 달의 테두리를 따라 돌았다.
이지러질 때도 있었고 배꽃 이우는 밤도 있었다. 돌의 그늘 속에서 너는 문득 차가웠다. 물에 갇힌 눈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호수를 그득 채운 눈동자라고도 하지 않겠다.
아픈 몸이라고,
아파서 매화가 핀 것이라고 누가 일러줬다.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희미한 향기,
따라 걸었다. 꽃만 혼자 걸어왔다.
어금니에서 희미한 건초 향기가 배어났다.
은결 든 물고랑으로 길게 뻗은
아득하게 휜 길이었다.
장옥관의 < 호수를 한 바퀴> 전문
판공초 건너편은 중국이라고 했지요.
엄밀한 의미로 중국에 편입된 티베트입니다.
한 친구는 차를 오래 타는데 질렸다면서 레까지 차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델리로 이동 후 다시 비행기로 한국에 가는 것보다 호수를 헤엄쳐 건너 중국에서 비행기로 한국에 가는 것이 빠르겠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판공초를 헤엄쳐 건넌다면 말리지 않겠다고 하며 웃었습니다.
한참 쉬고 있는데 가이드가 무어라 합니다.
일행들이 도무지 갈 생각을 안 한다고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합니다.
저는 근처 어딘가에 숙소가 있는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무려 1시간 30분 정도나 가야 한다네요.
하는 수 없이 차에 오릅니다.
길이 예측불허네요.
비가 내렸는지 물이 흘러 길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차가 앞서서 가면서 길을 만들면 뒷차가 우리 뒤를 따라오는 모양새입니다.
몇 번 물을 건널 동안 차 바퀴가 물에 다 잠기지 않을까 염려가 되네요.
우리가 묵을 마을은 여행객이 갈 수 있는 가장 마지막 마을인 메락이랍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민박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숙소가 다양합니다.
호텔, 하우스보트, 텐트, 민박 등 골고루 경험을 합니다.
시설은 비록 열악하지만 이 럴때 아니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습니까?
이 또한 후일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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