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이번에는 아까 기억해 둔 이순신공원으로 향합니다.
사흘 내리 걸었으니 조금 피곤하다고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목적지를 말하니 기사분이 배낭을 멘 우리를 보고 여행객이다 싶어서 그런지
이순신 공원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군요.
본래 이름은 '望日공원'이었답니다.
작은산 정상이 望日峰이라네요.
바닷가 근처에서 높은 곳 이름이 '해를 바라보는 봉우리'라...
이름과 걸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원에 이순신장군 동상을 하나 세우더니만
공원 이름을 이순신 공원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그 분의 말에 의하면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官에서 그렇게 일방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더군요.
통영이 많은 것을 이순신장군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입구에서 안내판에 있는 공원 지도를 보고 어느 길을 이용할까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등산은 사양을 하지요.
중간 길로 산림욕 삼아 걷다 쉬다 하면 되겠군요.
공원은 바다를 앞에 둔 자연 그대로에 약간 정비를 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지는군요.
운동 삼아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걷는 모습도 보이고,
씩씩하게 조깅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두 줄로 서서 선생님의 구령에 발맞추어 걷는 유치원생들도 있고...
따뜻한 봄날 아련한 풍경입니다.
언덕배기를 올라 숨이 차서 탁 트인 전망이 좋은 벤치에 잠깐 앉았습니다.
이순신장군 동상이 눈을 부릅뜨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군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가 우리 바다를 지켜야 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섬나라 일본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인 나라는 아니니까요.
화사하게 피어난 매화 향기가 멀리서 아른거리는군요.
봄을 통째로 즐기는 기분이 들어서 한껏 들뜹니다.
無念無想으로 앞만 보고 걷는 것도 좋지만 이런 여유도 좋지요.
길이 헷갈려 어디로 가나 망설이는데 작은 배낭을 메고 걷는 여인들을 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林道가 잘 닦여진 양쪽으로 편백나무들이 즐느런히 서 있군요.
활엽수는 아직 잎을 틔우기 전인데 파란 나무들을 보는 것이 시원스럽고 상쾌합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보니 쑥을 뜯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렇지요.
꽃도 좋지만 봄나물도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생기는 주는 존재이지요.
향긋한 쑥 향기에 취해 집에 가면 쑥버무리를 해 먹어야지 생각합니다.
길이 끝나나 봅니다.
매화나무가 늘어선 곳에 벤치가 있습니다.
마알간 하늘 아래 바람 한 줄기, 그리고 거기 묻어오는 매화 향기,
발 아래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군요.
그냥 가기 아쉬워 배낭을 부려 놓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습니다.
그리고 거기 배낭 여행객을 풍경 속에 하나 더했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제대로 풍경이 채워졌군요.
부산스러운 곳보다 이렇게 한가한 곳에서 또다른 맛의 통영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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