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남양주 천마산에 다녀왔습니다.
날씨는 안개에 미세먼지가 겹쳐 엉망이었지요.
사실 이런 날은 산에 가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갸우뚱하게 되기는 합니다.
습관적으로 집에서 나가서 걷기는 하지만요.
사실 천마산은 진작 갔어야 하는 곳입니다.
야생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없는 흙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오늘 처음으로 갔습니다.
정상 부근을 제외하면 사실 산은 볼게 없습니다.
정상 부근에는 제법 멋진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보여주는데
갑자기 점령군처럼 몰려온 안개에 그 풍광이 진가를 발휘하지 못 했지요.
視界가 10m도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천마산은 흙산이니 나무가 우거졌고
들꽃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뭄이 심한데도 물이 제법 흐르더군요.
그래서 야생화가 많을 겁니다.
그 야생화를 찍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것도 많다고 하더군요.
올해는 날씨가 푹해서 지난 주에 야생화가 절정이었다지만
아직도 많은 꽃들을 보면서 걸으니 밥 위에 떡인 셈이지요.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서울에서 보기 힘든 꽃을 천마산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야생화 많다는 계곡쪽은 아예 가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오늘도 커다란 렌즈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엎드려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작은 꽃을 찍으려면 낮은 자세는 필수이지요.
그런 자세를 감수해야 작은 꽃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니까요.
초입에는 점현호색이 한창입니다.
현호색 이파리에 하얀 점이 콕콕 박혀 있는데 무식한 저는 무슨 전염병이라도 걸린줄 알았지 뭡니까?
그게 점현호색이었는데 말이지요.
점현호색 옆으로는 정말 손톱만한 개별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하얀 꽃잎을 파르르 떨면서 말이지요.
까만 점처럼 보이는 것이 자세히 보니 암술이었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제대로 보이지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 풀꽃 > 전문
곳곳에 유난히 제비꽃 종류가 많습니다.
정상 주변에서는 노랑제비꽃을 만났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피었던 고깔제비꽃과는 또다른 느낌이지요.
숲 공부를 하기 전에는 제비꽃에 보라색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 줄 몰랐지요.
하얀 색깔을 지닌 것도 여러 개이고, 보랏빛은 더 많지요.
조선시대 유학자 유한준이 이야기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다니까요.
정상을 지나 점심을 먹고 약간 에둘러 내려오다가 얼레지 군락을 만났습니다.
눈만 돌리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얼레지는 오래 전 지리산에서 만난 적이 있는 꽃입니다.
잎과 꽃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어서 얼레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데
날씨 탓에 고개를 숙인 모습이 다소곳해 보입니다.
저건 무얼까요?
아하! 미치광이풀이군요.
잘못 먹으면 미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썩 듣기 좋은 이름은 아니군요.
미치광이풀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노루귀는 또 어떤가요?
꽃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는데 이름도 귀엽고 꽃도 앙증맞습니다.
흰색도 있고 연보랏빛 노루귀도 있군요.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이름을 불러봅니다.
꽃잎을 팔랑이며 대답을 할 것 같지 않은가요?
저도 카메라를 들고 들꽃을 찾느라 발밤발밤 걷습니다.
기대를 별로 안 했던 산에서 여러 들꽃을 만나고,
날씨 때문에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老松의 자태를 확인한 것만으로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안개에 묻힌 천마산이 덕분에 신비스럽게 느껴졌다고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지요.
바야흐로 봄이 흐드러졌습니다.
때로 마음도 그렇게 흐드러지는 날이 있기를
이 봄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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