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비 내리는 날

솔뫼들 2008. 6. 1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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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비가 내린다.

어제는 겅충겅충 건들거리며 내리는가 싶던 비가

오늘은 종일 촘촘하게 줄을 맞추어가며 내린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게 무기력하게 만드는 날.

이제 장마가 시작이라는데 벌써 이러면 어쩌지?

걸레로 집안을 훔치고 다니면 집안이 눅눅해져서 마음에 안 들고,

빨래를 해 널면 바삭바삭하니 마르지 않고 냄새가 나서 싫고,

음식을 하면 닫힌 집안에서 냄새가 빠져나가지 않아서 불쾌하고...

 

 이유를 대자면 한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이런 이유들을 끄집어대며 종일 손 놓고 있고 싶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직업적인)이야 방법이 없지만 말이다.

 

 아침부터 물안개는 앞산을 휘감아 돈다.

돌다돌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데

한없이 싸안고 있는 산을 애지중지 한다.

 

  이런 날에 술 한잔 생각난다고

누군가는 빈대떡 이야기를 꺼내지만

며칠 전부터 꾸륵거리며 시위를 하는 내 위장은 아무 것도 들어오지 말라 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느라 나는 가만가만 집안만 어슬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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