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60년 전 우정을 찾아서 2

솔뫼들 2008. 6. 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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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서 드디어 60년 전 학창시절 친구분과 통화를 하셨단다.

만약에 그 분이 친구가 아니면 어떡하나,

친구인데 어렵게 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혹시나 친구가 만나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고민을 하느라 그 동안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단다. 일단 닥친 다음에 고민할 일을 사서 걱정을 하셨느냐고 무어라 하면서도 어린애처럼 들떠서 좋아하시는 어머니 음성을 듣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토요일 아침 나절 강의를 들으러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고 있는데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 친구와 통화가 되었다고. 내 친구 맞다고.

그러면서 언제 만날까, 만나면 어떻게 알아 보아야 하나 또 즐거운 고민에 빠지셨다.

친구분도 도와주시는 분께 우리 어머니 성함을 듣고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밤새 한잠도 못 잤다고 하시더란다.

그러면서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하시더라고.

어머니는 친구분께

"너 키가 작았지?", " 너 피부가 까맸지?", "너 덧니 났지?" 하면서 하나씩 확인을 하셨다나?

나는 어머니께 그런 것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느냐고 하면서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18살쯤 양 갈래 머리 소녀 시절에 보고 연락이 끊어졌다가 80세를 코 앞에 두고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나이에 상관없이 애들처럼 일단 그 시절 추억을 더듬으며 즐거워 하실까?

우리가 학창시절 친구들 만나면 선생님 별명 불러가며 깔깔대는 것처럼.

아니면 일단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하실까?

어떻게 살아왔는지,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되었는지,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지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인생 자주 만나고 가능하면 즐겁게 살자고 다짐을 하실까?

 

나는 모든 것이 궁금하다.

10년쯤 지난 친구들이 연락을 해도 반갑고, 고맙고,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두서가 없는데 말이다.

하기는 어떤 이야기부터 하면 어떠랴.

그냥 함께 있다는 것, 어려운 시대를 견디고 아직 살아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 아니랴.

 

 우리 어머니 삶은 책 한권을 써도 모자란다고 늘 말씀하신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시대를 산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신단다.

적어도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몇 날 며칠 함께 밤새워 이야기하시면 그 동안 쌓인 한이 풀릴까?

내게도 친구가 소중한 것처럼 어머니께서 속을 줄 수있는 친구를 만나 마음 편히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은 인생 보내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가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 친구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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