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책을 한 권 들고서는 자리를 잡자마자 펼쳤다.
그러나 내가 타고 난 후 한 정거장을 지나자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타더니 앞쪽과 옆쪽에 나란히 앉았다. 어린아이를 대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바닥을 걸어다니던 아이들이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 올라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큰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책에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옆자리의 사람에게 아이의 신발을 가리키며 한 마디 했다. 아이들이 어른마냥 조용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 올라가 다른 사람의 옷을 밟고 더럽히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 반응도 없이 아이 자리만 바꿔 주었다. 큰 소리로 싸울 수도 없는 일이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는데 이번에는 앞자리의 아이가 큰 소리로 떠들자 젊은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지하철은 혼자 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피곤해서 자는 사람도 있고 책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방해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니 그 엄마가 다시 보였다. 당장 그 아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반복 학습하는 동안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않겠는가. 그 아이 역시 신발을 신은 채로 좌석에 올라가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엄마는 내릴 곳이 가까워오자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기가 가지고 있던 휴지로 좌석을 깨끗이 닦은 후에 지하철에서 내렸다.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경우인데 두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참 의아스러웠다. 그리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보고 배우고 그것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데 기본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필요하고, 오로지 자기 중심의 이기적인 행동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당장 내 자식만 위하기보다는 그런 것부터 가르치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 자식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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