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친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시골집에 내려가 친구를 만나러 갈 때면 어머니 눈치를 살피게 된다.
어머니께서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당신의 학창 시절 친구 생각이 나시는지 종종 그 얘기를 하신다.
무려 60년이 더 지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어머니께도 머리 양 갈래로 땋고 친구랑 수다를 떨며 쭐래쭐래 하교길을 걷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수원에서 학교를 나오셨다.
그러나 외가가 수원이 아니었고 전화도 드문 시절이어서
학교를 졸업한 후로 여고 시절 동창들과 연락이 거의 두절되었다.
게다가 종가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시집살이를 하는 동안 연락을 할 겨를이 없었을테고,
그나마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한숨 돌리고 살 만해지자 아버지께서 덜컥 돌아가셔서
막내 시동생에 우리 4남매 건사하랴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으셨다.
4남매 모두 장성해서 고향을 떠나고 이제 특별한 걱정거리가 없으시니 당신은 학창시절 친구들이 유독 생각나시는가 보다.
"이제 죽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한번은 당신께서 친구를 찾겠다고 수원 옛날 친구네가 살던 집을 찾아 가셨더란다.
물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60년 세월을 견딜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냥 그 주변만 맴돌다 와서는 몹시도 허망하셨던 모양이다.
가끔 생각한다.
자식들이 넷이나 되는데 어머니의 친구 찾겠다는 염원 하나 들어드리지 못 하고 무얼 하나?
당장이라도 수원에 내려가서 사정 이야기하고 학적부 조회 부탁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것도 마음뿐 선뜻 나서지지 않는다.
나도 나이들수록 오래된 친구들 소중한 것이 새록새록 느껴지는데
어머니는 얼마나 간절하실까?
오늘 새삼스럽게 무심했던 내가 되돌아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