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들을 불혹이 넘어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옛날 이야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워낙 작은 학교이다 보니 누구 동생이 누구이고, 누구네 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 정도였다.
1학년일 때는 한 학년이 두 반으로 편성되었는데 무슨 일인지 2학년 때는 두 반을 합해 한 반을 만들었다.
새 학기가 되어 큰 교실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다른 친구들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앉혔는데 유독 남학생 반장과 여학생 반장을 뽑아 두 사람을 함께 앉혔다. 나는 남학생 반장을 잘 알지도 못 하지만 선생님께서 시키신 일이니 여학생 반장으로서 그대로 자리에 앉아 그날 수업을 했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짝을 바꾸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남학생 부반장인 친구와 나를 짝으로 만들어 주셨다. 영문도 모르고 나는 그대로 있었다. 특별히 나를 괴롭히지 않으면 어떤 친구이든 별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 후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다니시다가 동네를 지나시며 우리집에 들르셨다. 그리고는 그 일을 이야기하셨다. 남학생 반장이 자기만 여학생과 함께 앉는 것이 싫다고 집에 가서 울었다는 것, 학교에 안 간다고 하여 어머니가 방문하시고 결국 짝을 바꾸었다는 것 등등. 그 이야기를 하시며 여자인 내가 더 대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어느 날 그 옛날 나랑 짝꿍하기 싫다고 울었다는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하며 왜 울었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을 하며 나 보고 별 걸 다 기억한다며 웃었다. 하기는 그 친구 지금도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라 자기 표현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