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반장 선거

솔뫼들 2008. 3.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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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에서 요즘이 새학기라 반장 선거가 한창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반장 선거에 관련되어 소개된 사연을 듣다 보니 자연히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를 읍내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 학교를 다녔다. 한 학년 학생수가 적어 남녀 합해야 겨우 80명 가까이 되는 학교였다. 그러다가  중학교 배정을 받았는데 중학교는 읍내에 있는데다 여학생 40명이 두 학교로 나누어지다 보니 같은 학교 출신은 거의 만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만나 인사를 나눈 후 학급 반장 선거를 해야 했다. 물론 시내 학교 출신들은 서로 모여 누구를 반장으로 천거할 지 벌써부터 말들이 많았다. 일단 수적으로 우세하니 유리할 것은 불 보듯 뻔 했다.

 

 한 학교 출신이 같은 학교 출신 한 명을 추천했다. 그러자 덩달아 다른 학교 출신도 질세라 자기네 학교 출신을 추천했다. 가만히 그런 모양을 보고 앉아 있다가 나는 스스로 손을 번쩍 들었다. 毛遂自薦이라고 했던가. 겨우 한 명이 같은 학교 출신이라 기대할 것도 없었고 특별히 반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도 수적으로 밀어부치는 아이들의 기세가 마음에 안 들어서였을까. 아무튼 나는 스스로 자신을 추천했고 그러자 짝꿍이던 같은 학교 출신 아이가 거드는 말을 했다.

 

 키도 작았고 시골 학교 출신이라 눈에 띄지도 않았을텐데 작은 고추가 맵다고 앞에 나가 정견 발표하는 모습이 당차 보였는지 아이들은 내게 많은 지지를 보내 주었다. 그래서 반장에 뽑혔고 담임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반을 이끌었던 기억이 난다.

 

 이미 추억의 한 장에서 저만치 멀리 있는 장면이 되었지만 그때 나를 예쁘게 보아 주셨던 담임 선생님도 뵙고 싶고-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지만 잘 안 되었다.- 담임 선생님 책상 바로 앞에 앉아  작은 아이 일 그만 시키라고 챙겨 주시던 교감 선생님도 기억난다.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가 정년퇴임을 하셨다던가.

 20여 년을 훌쩍 넘어선 일인데 바로 엊그제 일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무슨 그리 내세울 게 있다고 그랬을까 싶다. 나보다 특별히 잘나 보이지 않는 급우들의 모습이 어떤 오기를 불러 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작은 학교 출신이라고 주눅 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작용을 해서 그런 사건을 만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야 웃음짓게 만드는 사건의 하나이니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을 이 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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