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교복 유감

솔뫼들 2008. 3. 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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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 좋은 어느 토요일 그림 구경을 위해 인사동으로 가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 입은 여학생들이 앞에서 조잘거리며 가고 있었다. 유독 그들이 눈에 띈 것은 아마도 옷을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입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학교 학생인지가 궁금할 정도였다. 그 시간이 하교시간이니 근처에 있는 어느 여고이리라.

 

 그 환한 모습이 보기 좋아 기분좋게 걷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여학생들을 보게 되었다. 교복 겉옷 아래로 층층이 보이는 티셔츠와 블라우스에, 교복 스커트 길이를 짧게 하면 훨씬 예뻐 보이지도 않으련만 무릎 위까지 껑충 올라간 스커트를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이 한 무리 보였다. 목소리를 높여가며 친구를 부르고 그러다가 쌍소리에 가까운 말을 하는 등 지나가면서 듣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유행 따라 교복 입은 모양새와 그들의 행동거지가 한 가지로 보이는 것은 나에게뿐이었을까? 차라리 교복을 입지 않음만 못 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복의 의미가 상실되었다고나 할까.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물론 교복 모양을 조금씩 고쳐가며 입는다든지 아니면 머리 핀을 다르게 꼽아 다른 친구들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주류가 아니고 몇몇에 지나지 않았고 또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어떤 면에서 개성의 표현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르지만 교복은 제복이기 때문에 개성과는 거리가 먼 패션이다. 그리고 교복을 그렇게 입는 것은 단지 생각 없이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지 개성의 표현도 아니다. 교복은 단정한 것이 가장 어울리는 복장이라는 말이다.

 

 교복을 함부로 입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 한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입는다고, 자기만 안 그러면 '왕따' 당한다고 교복을 제멋대로 입는 아이들에게 주관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새삼스럽게 '-답다'는 말이 왜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학생이 학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멋을 부린다든가 개성을 살리는 것은 사복을 입을 때라든지 성인이 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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