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서쪽을 따라 걷다가 이제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요한 북한강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강변으로 데크길이 만들어졌나 싶었는데 헛다리라고 나오는군요.
둥근 통나무를 이어서 만든 다리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애매하게 눈이 녹아서 미끄러운데 통나무가 둥글어 자칫 물에 빠질 수도 있겠는걸요.
나무가 삭은 곳은 피해서 정말 살금살금 걸어갑니다.

헛다리를 벗어나자 꼬마 등을 매단 건물이 보입니다.
어떤 곳인가 궁금해 가까이 가 보니 정관루라고 되어 있군요.
호텔과 음식점 등이 모여 있습니다.
정관루 주변은 조경이 잘 되어 있습니다.
작은 연못도 있고, 멋들어진 소나무도 있고, 겨울임에도 분수가 물을 뿜고 있습니다.
작은 연못에 비친 반영도 근사하네요.
정관루 근처를 돌아보는데 도도록한 언덕이 있습니다.
위에는 조명을 매달아 놓았네요.
숙박객들을 위한 것인가 봅니다.
빙 돌아 언덕 아래 뚫린 공간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가운데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더군요.
겨울밤에는 추워서 쉽지 않겠지만 이 동굴 비슷한 공간이 아래에 모닥불을 피우고 위에 조명을 켜면 꽤 분위기 있는 곳으로 변신할 것 같습니다.

이런 곳에는 전국 방방곡곡 명소 이름을 빌려 왔습니다.
단양 도담삼봉, 서울 창경원, 강릉 경포대, 무안 백련지, 태안 천리포수목원 등등.
이름을 붙인 곳과 비슷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겠지요.
한옥 숙소 구경을 합니다.
어딘가에서 해체하는 한옥을 가져다 복원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습니다.
단아한 한옥이 보기 좋습니다.
한옥과 한옥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커다란 항아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군요.
우리 어릴 적 시골 마을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정관루 근처에는 보라색, 빨간색, 금색 등등 불을 밝혀 놓았군요.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다시 강가로 내려섭니다.
가는 길에 기우뚱 기울어진 작은 목조건물이 보입니다.
지붕 위에는 커다란 바위가 올려져 있고요.
설마 진짜 바위는 아니겠지요?
아, 화장실이었네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설마 볼일을 보는 곳은 그렇지 않겠지요?

왼편으로는 카페가 보입니다.
쉴 만한 곳을 적당한 곳에 마련해 놓았군요.
날씨가 차가우니 테라스 공간은 비어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실내에 모여 있습니다.
북한강 풍광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주로 서울을 목적지로 여행을 왔을텐데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남이섬까지 즐길 수 있으면 그야말로 선물을 받은 느낌 아닐까 싶습니다.
산과 강과 더불어 사람이 만들어놓은 아기자기한 공간까지 즐길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내처 발길을 옮깁니다.
강 건너에 있는 산은 무슨 산일까요?
산 아래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로는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 정태춘, 박은옥 노래 >
다시 북쪽 방향으로 꺾어지는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는 커다란 돌탑 두 기를 세워 놓았군요.
천사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그 옆에 돌무더기처럼 보이는 건 스피커 같은데 그 위에 누군가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네요.
눈이며 코 등 주변에 보이는 나뭇가지를 이용해 만들었군요.
누구의 솜씨인지는 모르지만 그 작은 눈사람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 후 눈사람을 만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동심을 잃어버린 걸까요?
1시간 30분 동안 남이섬을 한 바퀴 다 돌았습니다.
동지가 지나기는 했지만 해가 설핏해지는군요.
남이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남이나루에 줄을 서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둘러보지 않은 곳이 있으니 힘을 내 보아야지요.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평 여행 - 연인산 (1) (0) | 2026.01.28 |
|---|---|
| 가평 여행 - 남이섬 (4) (0) | 2026.01.23 |
| 가평 여행 - 남이섬 (2) (1) | 2026.01.21 |
| 가평 여행 - 남이섬 (1) (1) | 2026.01.20 |
| 가평 여행 -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0) | 2026.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