뤁 스퀘어에서 나와 차에 오른다.
아직 숙소로 가기에는 이르니 근처에서 갈 만한 곳을 찾다가 배티 성지에 가 보기로 했다.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곳을 가면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기는 하지.

안성 미리내 성지는 몇 번 가 봤는데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약간 관광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배티 성지는 산자락에 묻혀 조용하다.
조선시대 말 천주교 박해를 당할 때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안성과 진천 등으로 피신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들이 모여 옹기를 굽고 그걸 팔아 생활을 했겠지.
배티 성지는 한번쯤 이름을 들어본 듯한 최양업 신부와 관련이 있는 공간이었다.
최양업 신부는 김대건 신부를 이어 한국의 두번째 신부였단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종교 유학을 했던 분이기도 하고.

산자락에 안온하게 자리잡은 성당과 기념관 등이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무명 순교자 무덤 20여기가 있다고 하니 한때 피비린내가 났을텐데 그런 역사적 사실을 뒤로 하고 포근하게 사람들을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저절로 말소리도 작게 하고, 발걸음도 조신하게 한다.
안내지도를 보고 대성당에서 시작해 계곡 물소리에 파묻힌 길을 따라 오른다.
오른편으로 다리를 건너면 최양업 신부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순례를 할 수 있는 길은 4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초평호에서 많이 걸었고, 종교적인 목적을 가지고 온 것도 아니니 가장 짧은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다.
산상제대까지 갔다가 오는 길이다.

살짝 오르막길을 따라 오른다.
길을 가다 보니 병인 박해 당시 교인들을 묶어 놓았다던 돌 위에 순교현양비가 서 있고, 최양업 신부 동상도 갓을 쓴 모습으로 서 있다.
금방 산상제대에 도착했다.
산상제대 위에는 큰손성모님상이 서 있고 그 아래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돌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런 곳에서 예배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자연과 神聖이 어우러지는 느낌은 어떨까?
가만히 돌의자에 앉아 본다.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올 때 본 문구가 다시 보인다.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
'홀로 머물러라',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뜻을 마음에 새긴다.
배티 성지는 생각보다 꽤 넓어 보인다.
종교를 떠나 걸을 수 있는 길 4코스를 천천히 다 돌고 계곡에서 쉬어가도 좋으리라.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에서 잠시 머물렀다 발길을 돌린다.

이제 호텔로 차를 달린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진천읍내를 지날 때는 신호등 앞에 줄이 길다.
여기도 정체가 있었네.
20여분 걸려 덕산읍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근처에 충북혁신도시가 있어서 업무차 오는 사람들이 주로 묵는 비즈니스 호텔이라고 했다.
이름도 미니 호텔이니 작지만 실속있다는 후기를 보고는 예약을 했다.
후기가 증명하는 대로 시설이 깔끔하니 야무져 보인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 먹을 곳을 찾는다.
2만보 훌쩍 넘게 걷기도 했고, 점심을 일찍 먹은데다 저녁이 좀 늦어 배가 많이 고프다.
친구가 '신궁전가든'이라는 한정식집을 찾아 중심가(?)로 나간다.
음식점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읍내는 말 그대로 참 시골스럽다.
70년대 풍경 같다고나 할까.

음식점에 도착했다.
음식점에 들어가니 주변과는 영 다른 분위기이다.
백년가게에 선정됐다는 이곳은 알고 봤더니 주로 혁신도시에 오는 기업인들 접대하는 음식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테이블이 예약석으로 되어 있다.
다행히 우리 두 사람 앉을 곳은 있고.
직접 키운 채소를 식재료로 사용하고 주방장이 창의적으로 만든 요리가 나온다고 하니 기대를 해 보자.
처음에 나온 요리를 보니 기대가 헛되지는 않는다.
전복장에 누룽지 샐러드, 잡채, 표고버섯 탕수육, 육회, 수수부꾸미 등등.
거기에 솥밥은 또 건강을 위해 강황가루를 넣고 지은 밥이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밥상인데 그리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아서 입맛에 딱 맞는다.
눈으로 먼저 먹은 다음 입으로 먹는 상차림에 감탄을 하면서 젓가락질을 한다.

기분좋게 저녁을 먹은 다음 어슬렁어슬렁 캔맥주 하나 사들고 호텔로 향한다.
시끌벅적하지 않고 의외로 볼거리가 많은데다 물가까지 싸서 여행하기 아주 좋은 진천에 반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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