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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by 솔뫼들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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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혜의 장편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읽었다.

김주혜는 2024년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고 한동안 거기에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단행본임에도 긴 대하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기도 했었지.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가의 문체에 매료되기도 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배경이 아주 다르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그리고 파리를 오간다.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마린스키 발레단, 볼쇼이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을 오가는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의 궤적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 발레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없고, 내가 발레 공연을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발레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우려를 했다.

그런데 발레에 관한 용어를 몰라도 읽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이 책은 발레를 빌어 인생을 표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손 끝, 발 끝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치열함에 내 몸이 떨렸다고나 할까.

발레라는 예술이, 아니 어떤 예술이든 그런 긴장감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고.

거기에 발레리나들끼리의 무언의 질시와 경쟁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무대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런 것이 많다고 했지.

 

 무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몸의 예술과 인간관계.

사실 서로의 몸을 만지며 활동을 하다 보면 특별한 친밀감이 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거기에서 싹트는 사랑이 때로는 활동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毒이 되기도 하겠지.

이 책에서도 주인공 나타샤는 그런 과정을 겪는다.

 

 이 책 역시 다 읽고 나니 한 편의 장편 서사시를 읽은 느낌이다.

예술과 인생을 논할 수준이 아니라 쉽지는 않지만 발레에 인생을 건 발레리나의 삶을 보면서 예술이란 무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발레를 볼 기회가 있으면 찾아보고 싶다.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발레를 보게 될 것 같다.

제목 '밤새들의 도시'가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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