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송김밥에서 깁밥을 사서 동백길 들머리로 출발한다.
무오법정사가 제주 항일운동의 발상지였다는 안내문이 있다.
기념관도 있고, 태극기로 만든 바람개비도 돌아가네.
어제가 3.1절이니 기념행사가 있었을 것이다.
한라산둘레길 이정표를 보고 따라 걷는다.
우리는 오늘 동백길 11.3km를 걷고, 날씨가 좋으면 수악길까지 이어 걸을 예정이다.
안개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게 굴거리나무 맞겠지?
친구가 미끄러운 데크길에서 넘어지고 나니 이 경고 문구가 보인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기념탑이다.
여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동백길이 시작된다.
입구에서부터 800m 가량 온 것 같다.
안개는 더 짙어져서 발 아래만 보고 걸어야 한다.
안개 속에서 흡사 떠가는 느낌도 드는군.
조릿대죽이 펼쳐진 길도 나온다.
옆에 보이는 나무가 다 동백나무인데 꽃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계곡에 아직 얼음도 있는 걸.
일제강점기 일본이 중산간에 도로를 개설할 때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제주는 곳곳에 상처투성이이다.
동백나무는 꽃을 피울 기미가 없다.
여기는 제주 4.3사태 당시 토벌대들이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주둔소란다.
걷다 보니 겉옷을 하나 벗었음에도 안개비와 땀으로 젖었다.
안개와 나무, 계곡 그리고 바위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제 동백길은 반 넘게 걸었다.
그런데 시오름 삼거리 못 미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편백나무 쉼터에서 비에 젖은 김밥을 입에 밀어넣는다.
그렇게라도 먹어야 힘을 내어 나머지 구간을 걷겠지.
여기는 무얼 했던 공간일까?
지붕에는 태양열 집열판도 있는데...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사방에 이렇게 뻥 뚫린 구멍이 있다.
목적은 모르겠지만 창이었겠지.
뼈만 남은 동물이 이끼가 잔뜩 낀 바위 위를 기어가는 모양 같아 사진 한 장!
길이 어디일까 헷갈리기 쉬운 곳에는 이렇게 줄을 띄워 놓았다.
감사한 일이다.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가 버섯에게 제 몸을 내어주고 있군.
처음 발견한 동백꽃 한 송이.
바닥에 떨어져 비를 맞고 있다.
녹색 숲 사이에 한라산둘레길을 알려주는 빨간 리본이 눈에 확 띈다.
500m만 가면 동백길이 끝난다.
친구는 세번이나 넘어지더니 앞만 보고 걷는다.
비 때문에 더 이상 걷는 건 무리이다.
여기에서 한라산둘레길 동백길 트레킹을 끝낸다.
돈내코 코스로 한라산을 오를 때 지나갔던 기억이 나는 길이다.
억새가 정말 많이 우거졌었지.
묘지를 지나갔던 기억도 난다.
버스정류장까지 30분 정도 더 걸었다.
그러니 오늘 걸은 거리가 14km 24,000보라고 스마트폰에 나온다.
일단 비를 맞으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체온이 떨어져 컨디션이 안 좋다.
얼른 호텔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군.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주차장까지 가서 우리 차로 바꿔 탄다.
1100 도로변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눈과 안개로 덮인 1100도로
호텔 방에서 내다본 바닷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한 컷!
비는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세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