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났다.
잘 먹고 잘 자고 나니 한결 컨디션이 좋다.
창 밖을 보니 오늘도 비가 내린다.
노르웨이에 와서 비를 안 맞은 날이 이틀이었던가.
노르웨이를 떠올리면 비 맞은 것만 기억나는 건 아닌가 몰라.
어제 오따에서 올 때 탔던 버스 종착지 터미널이 비를 맞고 있다.
슬슬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간다.
특급호텔이라 그런지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여유있게 취향껏 음식을 골라 먹는다.
음식도 맛나지만 커피도 기분을 한껏 고양시켜 줄 만큼 향기롭다.
기분좋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
이제 짐을 챙겨서 귀국할 준비를 한다.
베르겐 시내에서부터 베르겐 국제공항까지는 트램을 이용한다고 했지.
노르웨이에 와서 참 다양한 탈것을 이용하는군.
대형택시에서 시작해 관광버스, 페리, 그리고 대중교통 시외버스에 트램까지.
아하! 케이블카도 꼽아야 한다.
이것도 재미있군.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멘 채 우산을 쓰고 이동하려니 불편한 점이 많다.
베르겐답다.
그래도 거리가 멀지 않으니 다행이네.
인솔자가 오늘은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제대로 신호를 지켜서 도로를 건넌다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트램이 온다.
트램에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 일행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꽤 되니 서서 가면 아침부터 지칠 수 있지.
트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눈을 준다.
도시 주변이니 특별히 근사한 풍광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가는 사람들이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리는 비가 몇 방울만 떨어져도 바로 우산을 펴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질이 좋지 않으니 산성비를 맞을까 봐 모두들 바짝 긴장을 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비친 외모에 유난히 민감한 국민성 때문일까?
바깥 경치 구경하고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항에 도착했다.
트램 정류장에서 바로 공항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니 편리하고 좋다.
베르겐 국제공항은 스타방에르보다는 훨씬 크고 쾌적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군.
베르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는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을 이용한다.
에티하드 항공사와 좌석 공유를 한 모양이다.
그래도 코펜하겐에서 스타방에르로 갈 때 이용했던 SAS항공사 비행기보다는 커서 마음이 놓이는군.
이번 여행에서는 최종 목적지가 노르웨이였지만 결국 4개국 땅을 밟는 셈이다.
아부다비 공항이 있는 UAE, 덴마크 코펜하겐, 노르웨이, 그리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암스테르담은 오래 전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할 때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네.
비행기에서 네덜란드 땅을 내려다본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육지가 낮아서 풍차를 이용하는 나라, 낙농업이 발달하고 화훼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네덜란드라는 나라 이름도 '낮은 지대'라는 뜻에서 왔다고 한다.
한때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처럼 여겨지는 튤립 광풍(?)으로 경제가 엉망이 된 이야기도 많이 회자되고 있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내렸다.
여기에서는 6시간 대기를 해야 한다.
일단 편하게 쉬기 위해 라운지를 찾았다.
먹는 것도 귀찮고, 마시는 것도 귀찮다.
그냥 늘어지게 쉬고 싶을 뿐이다.
30분쯤 쉬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바로 앞에 생맥주를 제공하는 곳이 보인다.
시원해 보여서 생맥주를 한잔 주문해 마셨다.
확실히 맥주는 유럽 맥주가 맛이 풍부하군.
마시는 김에 한 잔 더 청해서 마셨다.
물론 안주 겸해 간단한 음식도 곁들여서.
많이 움직인다는 핑계로 참 열심히 먹기는 한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구석으로 무언가 휙 지나간다.
고개를 갸우뚱하니 친구 말이 생쥐가 지나갔단다.
아니 국제공항에 쥐가 돌아다니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라운지에 생쥐가 소풍(?)을 다닌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 유럽의 이미지가 이렇게 가끔 엉뚱한 일에서 훼손된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인터넷에 떠들썩할 일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에도 지칠 즈음 라운지에서 일어나 나갔다.
아부다비공항에서는 환승 시간이 촉박하니 무언가 살 게 있으면 여기에서 사야 한다고 하면서.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치즈 종류도 다양하다.
아예 치즈만 전문적으로 파는 상점도 있네.
25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시기여서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어떤 치즈가 입맛에 맞을까 몹시 궁금하다.
취향에 맞는 치즈를 사서 넣고 이번에는 초콜릿 상점으로 이동한다.
여행할 때 가장 만만한게 초콜릿 선물인 듯하다.
색색깔 연필 모양으로 재미있어 보이고 색깔별로 맛이 다를 것 같은 초콜릿을 골랐다.
이제 배낭이 꽉 찼다.
어슬렁어슬렁 공항 구경이나 하자.
운동 삼아 위층에도 올라가 보고, 일부러 한 바퀴 빙 돌기도 하고...
공항 가운데 빨간 튤립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이 가장 눈에 띄기는 한다.
네덜란드는 역시 튤립의 나라야.
실컷 공항을 돌아다닌 다음 우리가 탑승할 비행기의 탑승 게이트를 찾아가니 일행들이 모여 있다.
다들 지루하고 지친 표정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오래 기다린 환승객 표정이 대개 그렇기는 하지.
비행기에 오른다.
올 때는 책을 보았지만 머리가 맑지 않고 체력에 부쳐서 책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중력도 저하되었겠지.
친구와 좌석도 떨어져 있어서 이야기하기도 불편하니 그냥 자다, 깨다, 먹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친구는 이제 시차 적응을 위해 한국 시간에 맞추어 생활을 한다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
어찌어찌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다.
시간 여유가 없어 서둘러 탑승구를 찾아가다가 전광판을 보니 게이트가 바뀌었다.
바뀐 게이트를 찾아가서 숨을 돌린다.
출발시간은 맞게 되어 있는데 비행기가 지연 출발하는 모양이다.
도착시간만 제대로 맞추면 되겠지.
자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비행기에 탄 후 평소와는 다르게 코믹한 한국 영화를 찾았다.
한 편은 즐겁게 보았는데 한 편은 억지스러워 보다가 이내 화면을 돌렸다.
다행히 한 명 있는 한국인 승무원이 용도가 무언지 몰라 이용하지 못 했던 잠자리 패드를 깔아주고, 유자가 들어간 간식까지 친절하게 챙겨주는 바람에 기분좋게 시간을 보냈다.
늦게 출발했지만 편서풍 덕분인지 비행기가 제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원하는 공항버스를 타려면 캐리어가 빨리 나와 주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려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운이 좋군.
친구와 내 캐리어가 금세 나오는 바람에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 부리나케 티켓을 사서 탑승장으로 향한다.
공항버스에 오르고 나니 정신이 드네.
벌써 스마트폰 단톡방에서는 일행들이 서로 소감을 주고받고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함께 한 일행들에게도 고맙다.
고생을 함께 하면 동지애가 생기기도 하지.
노르웨이 3대 트레킹의 여정을 이렇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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