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에서 '나무의 시간'이라는 전시가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내촌목공소 고문을 맡고 있는 김민식의 책 제목과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나무에 관한, 아니 다방면에 걸친 그의 박학다식에 놀란 적이 있다.
몇 년 전 선물 받은 책을 최근 다시 한번 읽었지.
전에 읽었을 때의 감동이 그대로이니 이 책은 오래 두고 볼 책이다.
그 책을 읽고 홍천 내촌목공소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일정 금액을 내면 내촌목공소에서 만든 가구의 재료인 나무에 대해, 그리고 가구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 가 보지 못 했다.
그런데 이런 전시가 있다고 해서 헐레벌떡 달려갔다고나 할까.
우리의 전통적인 짜맞춤 공법으로만 가구를 만든다는 내촌목공소
일일이 손으로 대패를 민 흔적에 정이 간다.
남희조 작가의 작품
녹슨 철판에 사람의 눈이 보인다.
양쪽이 다른 저 눈은 무얼 보고 있을까?
검게 그을은 나무로 만든 가구
특이한 느낌이 든다.
나무가 숯이 되었는데 가구로 재탄생되어 세상을 다시 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건 어떤 나무일까?
무늬가 아주 선명하다.
전시를 보면서 나뭇결을 느껴보려고 손으로 만져 본다.
서랍도 슬쩍 열어 보고.
자연과 교감하는 작가를 선택했다고 하더니만 가구와 남희조 작가의 작품이 서로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남희조 작가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을 한단다.
주부로 살다가 자식들 공부를 위해 미국에 건너간 후 뒤늦게 미술 공부를 했다고.
손으로 가구를 쓰다듬어 본다.
이렇게 매끄러울 수가 있을까?
우주가 느껴지는 남희조 작가의 작품들.
자개를 아주 작게 잘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을 표현했다.
작가는 그걸 밤하늘의 별빛이라고 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작업을 하네.
정말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가구 작품이다.
우리나라 정자가 대부분 이렇게 나무로 만들어졌지.
정자에 올라 앉아 나무의 향을 온전히 맡고 싶어진다.
꼭 앉아보고 싶어지는 의자.
만져 보고, 앉아볼 수 있는 가구 작품이 간혹 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의자에 앉아 보겠나.
최소 수백만원짜리 의자일텐데...
정말 편한 의자에 앉았는데 왜 불편해 보이시나요?
허회태 작가의 작품이다.
먹과 종이를 이용한 작품이 보인다.
이런 작품을 만드는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한지를 하나하나 꼬아(?) 아니면 말아서 촘촘하게 공간을 채워 나가려면 엄청한 시간이 소요되리라.
한지를 이용해 만든 작품인데 언뜻 보면 나무 그루터기로 만든 작품처럼 보인다.
물론 저렇게 작은 그루터기는 없겠지만.
一筆揮之의 붓놀림이 인체처럼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정말 대단한 氣를 받는 느낌이 든다.
1인용 다탁 정도로 쓸 수 있는 작은 탁자 하나에 무려 1500,000원이나 하네.
구경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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