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소풍'

솔뫼들 2024. 3. 21. 08:13
728x90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원로 배우 김영옥과 나문희, 박근형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소풍'

친구와 영화를 보기로 하고 약속장소에 나가는 버스에서 본의 아니게 동네 선배에게서 소풍 내용을 들었다.

개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차라리 모르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해의 중학교 동창이자 사돈지간인 금순과 은심.

둘은 단짝이다.

은심은 하나뿐인 아들이 사업 실패로 돈을 요구해 집을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른데다 파킨슨병에 걸렸고,

금순은 허리 통증에다 남해 시골집이 리조트 건설로 사라지게 생겼다.

그런 두 사람이 자식의 문제로 골치를 썩이다가 마음을 합쳐 곱게 차려 입고 함께 소풍을 간다는 이야기이다.

천상병의 시 '소풍'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나이를 먹었어도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바다를 코 앞에 둔 절벽에서 은심이 금순에게 무섭다고 하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임영웅의 노래 '모래 알갱이'가 배경 음악으로 나오고.

그래도 그들은 외롭지 않았으리라.

인생의 마지막 길에 동행이 있다는 건 얼마만한 위로일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목이 메인다.

 

 그래 , 어쩌면 인생은 모래알갱이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수시로 웃긴 대목이 있어서 웃다가도 어느 새 찔끔 눈물이 흐른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영화 '소풍'을 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 그런 소풍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보고, 듣고, 느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 '스투파의 숲'  (0) 2024.04.04
오사카 파노라마전  (3) 2024.03.28
영화 '건국 전쟁'  (4) 2024.03.14
영화 '나의 올드 오크'  (0) 2024.03.07
영화 '괴물'  (2)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