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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영주 부석사에서 (2)

by 솔뫼들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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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씩씩하게 걸어 천왕문을 통과합니다.

천왕문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사천왕께 정중하게 인사도 드리고 말이지요.

돌계단을 오르면 또 오르막길이 보입니다.

화엄의 세계에 한 발자국 들어서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헉헉거리며 안양루를 지났습니다.

안양루를 지나면 무량수전이 보이지요.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으로 아미타불을 모신 공간입니다.

국보 제18호로 지정된 문화재로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우리나라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흘림기둥도 눈여겨보게 되는군요.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이 세월의 두께를 고스란히 보여 줍니다.

무량수전 앞에서 가만히 두 손을 모아 봅니다.

 

 

 무량수전 안을 보면 특이하게 아미타불이 정면이 아닌 측면에 모셔져 있습니다.

아미타불이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주재하는 아미타부처를 향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이라는 說이 있다지요.

이 소조여래좌상도 국보 제45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무량수전을 살펴보고 옆으로 가니 '浮石'이라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바위 위와 아래가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네요.

부석사라는 절의 이름이 여기에서 유래했다지요.

 

 

 善妙閣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부석사 창건 설화와 관련이 있는 곳이지요.

선묘는 의상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갔을 때 의상을 사모하던 여인인데 石龍으로 변하여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선묘의 초상을 모신 곳이 선묘각이지요.

이런 전설을 믿든 안 믿든 가끔 전설이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게 됩니다.

거기에 1967년 학술조사단이 무량수전 앞뜰에서 이 설화를 뒷받침하는 石龍을 발굴했다고 하니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이번에는 국보 제19호로 지정된 조사당을 향해 올라갑니다.

조사당은 부석사 창건주인 의상대사의 像을 안치하고 있는 곳입니다.

단순한 맞배지붕 형식으로 소박하군요.

 

 

 조사당 앞에는 선비화가 자라고 있습니다.

비슷한 설화는 많습니다만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이곳 조사당 앞에 꽂았더니 가지가 돋고 잎이 피었다고 하지요.

골담초로 알려진 선비화를 보고 퇴계 이황 선생이 시를 짓기도 했다고 하니 신비스럽기는 합니다.

선비화가 처마 밑에서 비와 이슬을 맞지 않고도 1300년 이상 자라고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다른 건물을 둘러보고 이제 내려가기로 합니다.

경사진 곳에 차례로 건물이 들어섰으니 부석사 건축물들이 제 발 아래 있습니다.

내려다보는 맛이 좋으니 올라올 때 힘들었던 걸 잊게 되는군요.

 

 

 내려갈 때는 우회로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돌이 깔린 경사로가 계단보다 월씬 걷기에 편합니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山寺의 분위기에 젖어보는 시간입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파란데 단풍나무 한 그루가 붉게 물들었네요.

친구의 제안에 단풍나무 옆에서 한껏 자세를 잡아 봅니다.

제게도 붉은 물이 들었을까요?

 

 

 내려오는 길에 축축 늘어진 은행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다닥다닥 은행이 달려 있군요.

한동안 은행나무 가로수의 은행을 따가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아무도 은행을 따가지 않게 되었지요.

물론 가로수에는 소독도 하는데다 은행나무가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싸고 있는  껍데기에서 나는 냄새가 아주 고약해서 자꾸 피해가게 되곤 하지요.

어찌 되었든 열매가 풍성하게 매달린 나무를 보는 건 흐뭇한 일입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냄새에 이마를 찌푸리게 되기는 하지만요.

 

 사실 영주에 내려오기 전에는 부석사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날씨가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높이 올라 있는 부석사 뜨락에 앉아 사과나무 사이로 석양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산사를 즐기고 싶었지요.

물론 시간적으로도 아직 저녁이 되려면 멀었고, 인파가 몰려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기도 했지만요.

그런 꿈을 갖고 있으니 다음 번에 이곳을 찾는다면 불 밝힌 부석사와 석양을 함께 하자고 자신과 약속을 해 봅니다.

 

 

  내려가자마자 우리를 맞아주는 건 역시나 사과 노점입니다.

종류별로 시식까지 권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군요.

양광, 여름부사, 홍옥, 감홍...

종류도 참 다양하고 맛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맛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초등학교 동창 말로는 감홍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과에 비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군요.

감홍은 시식도 안 시키는데 다음에 꼭 한번 먹어보아야겠다 싶어지네요.

 

 친구가 사과를 사 가자고 하는데 차를 가지고 온 게 아니니 조금은 주저가 됩니다.

부피도 그렇지만 무게도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까지 갖고 갈 엄두가 안 나지요.

그래도 그 붉은 맛과 향에 끌려 덜컥 사과를 샀습니다.

커다란 사과를 스무 개나 사서 낑낑거리며 차에 싣습니다.

가져갈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부자가 된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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