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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산행기

영주 부석사에서 (1)

by 솔뫼들 202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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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부석사로 이동합니다.

오래 전 부석사 오르는 길 양 옆에 사과나무가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봄이면 연분홍 사과꽃이 흐드러질테고, 가을이면 주렁주렁 달린 사과가 넉넉한 풍경을 만들어주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쯤 그런 사과나무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부석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니 그윽한 커피향이 그리워집니다.

마침 새로 문을 연 듯한 카페가 보이네요.

새하얀 건물이 산뜻해 보이는 곳입니다.

그곳으로 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앉습니다.

잠깐이나마 여유를 갖고 주변 경치를 감상합니다.

가을 한가운데 앉아 있는 느낌이 듭니다.

 

 

 부석사를 오가는 사람들로 주변은 시끌벅적합니다.

시월 황금연휴이니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겠지요.

이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도 많고 사람들이 특별한 기준 없이 이루어지는 거리두기에도 지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이겠지요.

자연스레 코로나 19와 더불어 사는 삶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네요.

 

 몸을 일으켜 부석사로 향합니다.

햐! 부석사 오르는 길 한 켠은 완전히 사과 노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가격도 싸고 싱싱해 보여 얼른 사서 한 개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오가면서 사과 과수원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사과 노점이 늘어서 있으니 색다른 풍경이군요.

보는 것만으로 풍성해지는 걸요.

 

 일단 부석사 구경이 먼저이니 내려올 때 보자면서 마음을 접습니다.

부석사 입구에 영주 관광안내판이 보입니다.

관광안내소에서 관광 안내 리플렛을 받았지만 영주시 전체가 나온 지도가 없어서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관광안내소에 근무하는 분도 그 점에 공감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영주시에 건의를 했다고 하시는데 혹시 다음에 올 때는 제대로 된 안내 리플렛이 구비되어 있을까요?

 

 

 

 부석사도 소수서원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입니다.

신라 문무왕 16년 왕명을 받들어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하지요.

학창시절 배운 지식으로는 우리나라 현존 最古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이 부석사에 있고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로 한창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 나온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이가 더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여행 전에 다시 한번 최순우 선생의 책을 읽고 왔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군요.

 

 

 '태백산 부석사'라 쓰인 일주문을 지납니다.

왜 태백산일까 고개를 갸우뚱하니 옆에 안내문이 보이는군요.

저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내문을 붙였나 봅니다.

 

 조금 걸으니 왼편으로 보물 제255호로 지정된 당간지주가 보이네요.

당간지주는 지금도 가끔씩이나마 깃발을 내걸고 제 임무를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중생의 삶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당간지주가 1300년이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무겁게 느껴졌던 제 나이가 갑자기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부석사가 이렇게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했었나 싶네요.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집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돌계단이 저를 시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높은 곳에 돌을 옮겨와 돌계단을 만들고 건물을 지은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제가 힘든 건 아무 것도 아니겠거니 싶어지네요.

 

 올라가다가 중간에 다리쉼을 하는 사람들도 꽤 보입니다.

신발이 편하지 않거나 평소 걷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포기하고 싶어지겠는걸요.

다행히 사람들이 쉬어갈 공간이 중간중간 보이네요.

 

 

 숨을 헉헉대며 올라가다 보니 지난 2월 말에 갔던 단양 구인사가 생각납니다.

거기야말로 심한 오르막에 지쳐 여러 번 포기하고 싶어지는 곳이었지요.

평소 걷기에는 자신 있던 저도 '소백산 자락길' 한 자락 걷고 난 후여서인지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눈길을 끄는 건물과 분위기가 사뭇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는 하지만요.

 

 부석사 오르는 길 옆에는 사과나무 과수원도 보입니다.

당연히 제가 바라던 풍경이 연출되어 있지요.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를 매달고 축 늘어진 사과나무들.

우리 눈에는 아름답고 풍성함만 보이지만 얼마만큼 농부의 땀이 서려 있을까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사열하고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보름쯤 지나면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조화를 이뤄 정말 예쁜 길이 만들어지겠군요.

그런 풍경을 머리에 그리면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제 더는 잃어버릴 그 무엇도 없는 날

햇살이 길 열어 놓은 부석사 오르면서

수없이 되묻던 생각 길섶에 다 내려놓다

대답이 두려워서  꺼내지 못하였던

그래서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던

함부로 보일 수 없던 그 상처도 내려놓다

바라건대,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주듯이

천근 우람한 돌도 가볍게 괴어놓듯이

일주문 언덕 오르며 그 마음도 내려놓다

 

    박시교의 < 부석사 가는 길에 >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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