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10월 연휴를 맞아 선비의 고장 영주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영주는 그 동안 제게 목적지로서보다는 어디에 가다가 들르는 곳이었습니다.
봉화 청량산 다녀오다 들렀고, 영덕 다녀오다 들렀고, 또 소백산 가기 위해 거쳐간 곳이지요.
물론 그래도 부석사나 소수서원 정도는 가본 적이 있기는 하네요.
이번 여행은 무섬마을 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 회룡포처럼 영주 무섬마을은 물돌이마을이지요.
요즘 부쩍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친구가 차량을 가지고 가면 피곤하다고 하여 올해 개통된 중앙선 KTX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중앙선 KTX는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가는 열차이지요.
청량리에서 영주까지는 1시간 40분 걸린다고 합니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정말 빠르고 편한 세상입니다.
오전 8시 10분 KTX를 타기 위해 집에서 2시간 전에 출발했습니다.
주말에는 전철 운행 간격도 드문데다 아무래도 열차 출발 전 미리 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놀러 가기 위해 잠을 반납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누군가는 그럽니다.
매일매일이 소풍 가기 전날 같았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젊을 때는 모르겠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네요.
어쩌다 보니 친구와 같은 전철을 탔었군요.
청량리역 안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열차에 탔습니다.
KTX-이음 새 열차이네요.
열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도 설치되어 있고,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좋게 콘센트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건을 잠시 보관하거나 쓰레기를 두던 그물망이 없어졌군요.
그런 것은 승객 가방에 두라는 의미 아닐까 싶네요.
열차는 양평을 지나 원주, 제천, 단양, 영주로 가게 됩니다.
열차에 타서 부족한 잠을 보충할까 싶었는데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전화 소리에 잠이 달아났습니다.
아직도 공용공간에서 휴대전화를 진동모드로 해 놓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은가 봅니다.
앞자리 노부부에게 연신 전화가 옵니다.
손자들이 번갈아가며 자기 집에 다녀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정겨운 풍경이기는 한데 좀 시끄럽군요.
창 밖 풍경에 눈을 줍니다.
아직 계절이 이른지 아니면 10월임에도 섭씨 30도를 육박하는 이상기온 탓인지 나무들은 푸른 잎을 달고 있습니다.
정말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이기는 하지요.
장마는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하고 끝나버리더니 여름내 35도를 웃도는 기온으로 사람을 지치게 하고, 가을 들어서도 기온은 쉬이 내려가지를 않는군요.
이제 그러려니 하고 지내야 하나 봅니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이 '6도의 멸종'인데 지구에서 평균 6도가 오르면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은 물론 물 부족에 사막화 등으로 결국 인류도 멸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이런 기후 이변도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영향이라는 말입니다.
거기에 안타까운 것은 개릿 하딘이 주장한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것이지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이를 모두가 되풀이하면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재앙이 된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싸고 좋은 물건을 찾지만 그것이 결국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고 탄소발자국이 많아져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게 되겠지요.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모두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입니다.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네요.
그러는 중에 열차는 벌써 영주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갑니다.
번듯한 역사를 기대했는데 영주역은 시골 기차역 같습니다.
새 역사를 짓고 있다고 하네요.
영주역에서 나와 렌트카를 찾으러 갑니다.
친구가 쏘카에서 빌린 차입니다.
쏘카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빌리는 차입니다.
저는 사용하기 복잡해 시도조차 안 하는데 친구가 선뜻 예약을 했습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저는 조만간 디지털문맹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군요.
최근 미술관 전시 예약도 밤 12시 '땡' 하자마자 시도를 했는데 실패를 했거든요.
저는 1분 30초쯤 걸렸을까요?
1분만에 매진이 된다고 하더군요.
스마트폰도 최신폰이 아닌데다 손가락도 느리고...
에구, 이것도 그러려니 해야 하나 봅니다.
친구는 영주역 주차장에서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앱을 켜서 차량 문을 엽니다.
제 차도 앱으로 문을 열 수 있는데 저는 한번도 안 해 보았네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니 새로운 것에 적응이 느린 편이지요.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생긴 대로 살아야지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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