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을 지나 차는 신나게 올라간다.
섬인데도 오른쪽으로는 산이 빙 둘러서 있다.
그리고 제대로 산길이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전망대도 보이고 계단길도 보인다.
저 산을 이어서 타면 정말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겠구나.
마음만 간절하다.
자꾸 산으로 눈길이 가는데 기사는 선왕산(해발 255m)과 그림산(해발 220m)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우리가 산을 오른다면 섬이다 보니 체감 높이는 해발 400m를 넘지 않을까.
두 산을 이어서 타면 4~5시간 정도 걸린단다.
기기묘묘한 바위 모양도 눈길을 끈다.
바위가 많아 생각보다 길이 험하다고 한다.
아! 산이 나를 부르는데 언제 저 산을 올라 볼까나.
차는 우리를 싣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기어 올라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참 올라가던 차가 멈춰 차에서 내리니 발 아래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아! 하트해변이라고 소문이 난 곳이로구나.
바로 하누넘 해변이다.
'하누넘'이라는 이름은 다양한 유래를 갖고 있는데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바닷가'라는 뜻과 '거센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언덕'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아담한 하누넘 해변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서 연인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많이 찾는 곳이란다.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사람들은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지.
KBS 드라마 '봄의 왈츠'를 이곳에서 촬영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리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형태의 하트 모양 설치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얼굴을 쏙 내밀고 찍기도 하고, 하트 모양 설치물 앞에 앉기도 하고, 하누넘 해변을 배경으로 찍기도 하고...
우리 외에 다른 일행들은 우리보다 한참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도 아주 적극적으로 자세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는다.
기사가 관광가이드를 겸해서인지 어떻게 해야 사진이 잘 나온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직접 자세를 알려주며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거의 전문가 포스가 나오는군.
하누넘 해변 끝자락에는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이 보인다.
여기에도 전설이 있단다.
배 타고 고기잡이 나간 하누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너미.
하지만 하누는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고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하트를 만든 너미는 지금도 하트 해변에 누워 억겁의 세월 내내 하누를 기다리고 있단다.
다시 차에 오른다.
이번에는 어디로 갈까나.
마을을 지나고, 수풀 사이를 지나던 차는 마침내 해변을 달린다.
모래사장을 차 타고 달리는 체험은 처음인걸.
명사십리 해변이다.
밀가루 같은 고운 모래가 얼마나 다져졌는지 차가 달려도 바퀴가 모래 사이로 빠지지 않는다.
단단함이 느껴지는 해변이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덩달아 해변을 걸어도 보고 달려도 본다.
모래가 신발에 닿는 느낌이 정말 좋다.
해변에서 폴짝 뛰어 보지만 다리가 천근만근.
마음은 스무 살인데 몸이 말을 안 듣는군.
마음은 항상 청춘이라고 옛날 어른들이 그러시더니 나이가 드니 그 말이 실감이 된다.
멀리 풍력발전기 3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풍력발전기와 너른 해변이 근사한 풍광을 선사한다.
이곳에서 파도의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바다를 즐기면 좋으련만...
해변 끝에는 대나무로 짠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만들어놓은 시설물일 것이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시멘트 구조물 때문에 모래가 도로 쓸려가고 결국 건물이나 구조물조차 허물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고 잘 지켜질 수 있겠지.
정해진 2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대충 눈도장만 찍고 가는 도초도와 비금도 여행이다.
그래도 기사의 해설에 귀를 기울여본다.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이 비금도 출신이란다.
그래서 비금도에 이세돌 기념관이 세워졌다고.
바둑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적인 대결은 기억을 할 것이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니 저절로 텔레비전 앞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었지.
이세돌의 어머니는 일찌감치 이세돌의 棋才를 알아보고 육지로 유학을 보냈다고 한다.
이세돌의 형제가 모두 바둑계에서 일한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집안이다.
이세돌은 은퇴 대국도 인공지능 '한돌'과 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보다 일찍 은퇴를 하게 된 것도 인공지능의 등장 때문이었다고 했다나.
도초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짐을 찾고 목포행 쾌속선을 기다리며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고.
섬에서 묵으며 하루는 산을 이어서 타고, 하루는 택시를 대절해 여유롭게 섬을 돌아다니고 싶다고.
천사대교가 개통되고 나서 가기가 훨씬 수월해진 퍼플섬 반월도, 박지도,
樹話 김환기가 태어난 안좌도,
분재정원으로 유명한 압해도...
1004섬 신안에는 가 보고 싶은 섬들이 참 많다.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섬들이다.
아쉬운 마음으로 배에 오른다.
목포까지는 1시간.
비록 용산행 KTX 열차 시간에 쫓겨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5G급으로 뛰었지만 아이고, 여행 한번 잘 했네.
'여행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주 소수서원을 돌아보고 (0) | 2021.11.05 |
---|---|
영주로 가는 길 (0) | 2021.11.04 |
섬 여행 - 도초도, 비금도 (1) (0) | 2021.09.27 |
섬 여행 - 이번에는 흑산도 (2) (0) | 2021.09.25 |
섬 여행 - 이번에는 흑산도 (1) (0) | 2021.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