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한산도 제승당에서 (4)

솔뫼들 2016. 3. 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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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도 역사길에서 내려와 배 시간을 확인해 본다.

시간표를 보니 오후 4시 30분 배가 있고 마지막 배는 오후 5시 30분에 있단다.

한산도에서 일찍 나가도 할 일이 없다 싶고

일부러 찾지는 못할 망정 여기 왔으니 이순신장군을 기리는 제승당을 들러야겠다 싶어 발길을 옮긴다.

 

 통영에는 이순신장군 관련 유적지가 많다.

통영이라는 지명도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산대첩은 세계 4대 해전에 손꼽힐 정도로 유명한 해전이고.

 

 

 깨끗하게 단장된 제승당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배를 타고 바로 제승당으로 오는 사람들인지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봄방학을 맞아 교육 차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도 있는 것 같고.

 

 제승당은 전란시 작전회의를 하던 곳이란다.

이곳에 이순신 영당, 유허비, 후손통제사행적비 등등 관련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후손통제사 행적비를 둘러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장군의 집안 사람들에게는 DNA에 애국정신이 깃들어 있을까?

이순신 장군 집안에서는 유독 통제사나 부사가 많이 배출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조상들의 뜻을 이어받은 가정교육의 영향이 컸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천천히 제승당을 둘러보다 이순신장군 사당인 忠武祠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시간을 뛰어 넘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낸 장군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하면서.

수루 앞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지었다는 시를 읊조려 본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 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제승당 유적지를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

멀리 한산대첩기념비와 총총 이어진 섬들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흐린 날씨와 어스름녘이라 산뜻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분위기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바닷가에 섬이 있고, 등대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평소에 바다와 먼 곳에 살아서인지 바다와 등대를 보면 가슴 속 어디선가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젊은 연인이 앉았던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나도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간다.

 

 

 

 선착장으로 가서 배표를 사 놓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배 시간이 다가오자 어디에선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고 차들도 줄을 서 있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이 가까워져도 배 그림자가 안 보이네.

무슨 일이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니 선박 검사 관계로 시간이 변경되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분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군.

 

 오후 5시 50분 배를 타고 통영여객선 터미널로 나왔다.

어제 출발했던 곳이다.

미리 생각해 두었던 수정식당을 찾아간다.

1인분 회를 먹을 수 있다고 신문에 났던 식당이다.

 

 

  회 1인분에 8000원.

'곁다리' 음식은 없지만 실속있게 생선회 4가지에 싱싱한 굴까지 나온다.

거기에 복매운탕까지 시켰으니 참 넉넉하고 푸짐하다.

복은 손가락만큼 작은 졸복이다.

졸참나무처럼 졸복도 복이 작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요즘 말로 '가성비'는 아주 훌륭한 셈이다.

 

 버스를 타고 숙소를 찾아 도남동으로 이동하는데 눈이 스르르 감긴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이동 중 잠이 들면 안 되지.

호텔과 리조트 등이 몰려 있는 도남관광단지는 조용하면서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한산도에서 보이던 멋진 건물은 통영국제음악당이었네.

윤이상 음악제가 통영국제음악제로 바뀌었던가.

파란만장했던 음악가 윤이상의 삶을 잠시 떠올린다.

어찌 되었든 진정한 예술가는 자유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언뜻 보이는 불빛을 따라 셔터를 한번 누르고 잘 곳을 찾아 헤매인다.

불빛 환한 한 곳에서 나의 오늘밤을 재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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