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미륵도 달아길을 걷다 (1)

솔뫼들 2016. 3. 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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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단순하다.

미륵도 달아길을 따라 생각 없이 걸으면 된다.

미륵도는 사실 다리가 놓여 섬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전에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려다 표를 사기 어려워 걸어서 올라간 적이 있었지.

코스는 다르지만 미륵산 정상을 거쳐 달아마을까지 가는 비교적 긴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온 다음 택시를 타고 미래사 입구까지 이동했다.

택시에서 내려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하는데 산불감시원이 다가온다.

우리한테 무슨 볼 일이 있지?

어제 한산도 역사길에서 배낭을 보고 산에서 불을 피우는 건 안 된다고 공단 직원이 한 마디 하고 가더니만

지레짐작으로 그러는 걸까?

 

 

 예상과 달리 산불감시원은 우리에게 미래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이 아주 잘 나온다며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리고는 미륵불이 있는 곳을 다녀오라며 계획에 없던 코스도 알려주고.

마치 주민으로서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 안내원이 되려는 자세가 엿보인다고나 할까.

덕분에 잠깐 샛길로 가서 미륵불을 참배하고 아침 바다 풍경을 눈에 담았다.

 

 미래사 구경도 빼놓을 수 없지.

미륵 부처님이 오실 절이라는 의미의 彌來寺는 작고 아담하다.

단아한 느낌이 드는 법당과 탑 등을 둘러보니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 며칠 이런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정말 마음에도, 몸에도 '치유'라는 말이 실감날 것 같다.

미래사 주변에는 편백나무가 많은데 절을 바로 이 편백나무로 지었다는 이야기는 산불감시원한테 들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쌀쌀하다.

겉옷을 벗지 못 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산행 준비를 한다.

다행히 여기에서 올라가면 얼마 안 가서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입구에 즐비한 편백나무를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한다.

산림욕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했다는 나무가 편백 아닌가.

그래서 최근 남부지방에서는 치유의 목적으로 편백 숲을 많이 가꾸고 있고.

실제로 편백나무 숲에서 요양을 해서 많이 좋아졌다는 암 환자를 본 적도 있다.

 

 

 천천히 산길로 들어선다.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간혹 오갈 뿐 비교적 한적한 길이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금세 몸에 열이 난다.

겉옷을 벗어 배낭 사이에 끼우고 오른다.

 

 정상까지 거리가 800m로 거리가 짧은 대신 계속 오르막이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겠지.

사람들과 뒤섞이니 금세 인파에 휩쓸렸다.

평일임에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미륵산 케이블카가 통영 관광의 상징처럼 되지 않았을까 싶다.

 

 

 떼로 몰려드는 사람 사이에서 친구를 찾으며 발 아래 바다와 섬을 내려다본다.

사흘째 바라보는 바다이고 섬이지만 방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다.

바닷가를 고향으로 둔 사람들이 늘 바다냄새를 그리워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계단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정상까지 내처 오른다.

정상 표지석 앞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아예 줄을 섰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사진을 찍을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정상 표지석을 바라보니

어제 버스 안에서 본 다문화 가정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장난끼 가득한 아이들과 부부 모습이 보기 좋아 나도 슬쩍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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