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비진도 산호길에서 (2)

솔뫼들 2016. 3.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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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풍이 심한 방에서 자고 났더니 몸이 찌뿌드드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라면을 끓여 먹은 후 짐을 챙긴다.

오전 8시에 출발해야 여유있게 내항쪽 산호길을 걷고 내항에서 한산도로 출발하는 배를 탈 수 있다.

그래도 아침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아진다.

 

 하늘은 흐릿하다.

오늘 일정은 비진도 산호길을 마무리한 후 한산도 역사길을 걷는 것이다.

오후에 걸을 거리를 생각해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지.

 

 길은 초반부터 오르막길로 안내한다.

대부분 포장도로라 걷기 편한 길을 천천히 여유있게 걷는다.

배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너무 빨리 도착해도 작은 마을에서 할 일이 없겠지.

 

 

 숨이 가쁠 만할 때 가장 높게 느껴지는 곳에 도착했다.

길가에 '문필봉'에 관련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선유봉이 문필봉에 해당한다는 말인데 문필봉이 있는 곳에서는 유명한 문장가가 나온다는 말이다.

다시 한번 어제 다녀온 선유봉을 건너다 본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길 옆에서는 동백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동백꽃은 언제 보아도 정열적이라 보는 사람도 덩달아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동백꽃만 보면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걷다 보니 내항 마을에 도착했다.

외항 마을에서 내항 마을까지 거리가 2. 5 ~3km 가량 된다.

어제 걸은 거리와 합치면 산호길은 대략 7.5km 정도 되지 않을까.

산호길이 정확하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거리가 얼마인지 안내문이나 스마트폰 앱에 제대로 홍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산길을 걸을 때 이정표는 간혹 있지만 리본 하나 볼 수가 없어 초행자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걸어보니 시정되어야 할 것이 많네.

 

 참, 여기 어디 팔손이 자생지가 있다고 했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바닷가를 따라가 보니 팔손이가 어우러진 곳이 나왔다.

가만히 보니 무슨 공사가 진행중인데 팔손이 자생지를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라도 치려는게지.

팔손이는 손바닥 같은 이파리가 7~9개로 갈라져서 얻은 이름이다.

누구나 보면 이름이 팔손이겠거니 짐작이 될 만큼 고개가 끄덕여진다.

 

 

 배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이번에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볼까나.

늘 그렇듯이 금세라도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동무들을 불러댈 것 같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남도의 많은 섬들이 그렇듯이 돌로 담장을 쌓은 낮은 키의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비탈을 따라 이어져 있다.

때로는 지붕이 집을 다 덮을 듯해 겸손해 보이기도 하는 집들.

거기 사는 사람들 또한 그런 마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고향 집 우리 집

초가 삼간 집

돌탱자나무가

담 넘겨다보고 있는 집

꿀밤나무 뒷산이

버티고 지켜 주는 집

얘기 잘하는

종구네 할아버지랑

나란히 동무한 집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보처럼 착하게 서 있는 집

소나무 같은 집

 

 권정생의 < 우리집 > 전문

 

 작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는 기껏해야 10여분이면 충분하다.

선착장으로 와서 승선장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배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아직도 한참 기다려야 한다.

 

 

 등대를 카메라에 담고 바닷가를 서성이는데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서서히 모여 든다.

우리 같은 여행자도 있고 동네 주민도 보인다.

남자 어르신 한 분은 깃털을 갖고 계신데 독수리 깃털이란다.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비진도를 찾아와 염소와 노루 등을 해친다나.

하기는 육식 조류가 무언들 가리겠는가.

그 소리를 듣고 나니 어제 선유봉 근처에서 '매에' 거리던 흑염소떼가 떠오른다.

'얘들아, 몸조심해라.'

멀리서 들어오는 배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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