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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의 고행

by 솔뫼들 200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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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 스님의 가톨릭 수도원 체험기'라는 부제가 붙은 '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향적 스님이 사서 고생을 한 이야기를 쓴 책이다. 불교 승려가 가톨릭 수도원에서 고행을 했다는 것이 일단 의아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모든 종교의 목적은 하나이지 않은가.

 

 프랑스 수도원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는 일단 눈여겨 보고 배울 일이다. 다른 종교의 수도자를 받아들여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원의 수도사들도 그렇고 향적 스님도 마찬가지이고.

 

 이 책을 읽으며 모름지기 종교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많은 종교들이 세속화되고 현실에 파묻혀 물질을 추구하는 시대에 스스로 자급자족하려는 자세와 더불어 작은 것도 아끼려는 자세는 종교인 아니라 누구라도 본받을 일이다. 어떤 물질이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들고 그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의 노력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러므로 모든 물건을 아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 논리를 들이대며 소비를 부추기고 나아가 낭비를 조장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수도원 내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이 맡은 바 소임을 해야 수도원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다. 종교가 만인의 평등을 추구해도 어떤 기구나 단체 내에 지위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것과 상관없이 수도원 원장조차 앞치마 두르고 음식을 만들고 식사 시중을 일주일 들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나라에서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 진정한 종교가 유지되고 종교인의 자세가 확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나라도 이제 종교간에 배타적인 자세는 많이 줄었다. 그래서 성탄절이나 석가탄신일에 서로 축하하는 성명을 내고 함께 국가를 걱정하는 모임을 갖기도 한다. 종교는 모름지기 인간의 문화 중 하나이다. 인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향적 스님의 말씀처럼 지혜를 갖고 사람들을 위무해주는 역할이 바로 종교가 할 일이다. 기복적인 종교에서 벗어나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그리고 성직자라는 이유로 도리어 종교를 찾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일은 없는지 현대 종교가 반성할 일이다.

 

 향적스님도 불교 승려로서 독특한 수도원 경험을 함으로써 다른 종교에서 취할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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