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근사한 책 제목을 접했다. '국가의 사생활'이라...
책 표지는 검은 색과 회색, 붉은 색으로 되어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묵직한 느낌과 함께 섬찟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 하기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리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재미는 있을 것 같다.
2011년 대한민국은 북한을 흡수통일한다. 그리고 6년이 흐른 후 통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북한 출신 폭력 조직이 제대로 체제가 갖추어지지 않고 북한 사람들을 푸대접하는 현실에 분노해 벌이는 생화학무기를 통한 폭동 계획. 그 폭력 조직의 일원들의 면면을 통해 어두운 세계를 조명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작가는 적나라하게 치부를 보여준다.
사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완전히 붕괴된 국가 시스템을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가상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고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오로지 물욕과 욕망으로만 점철된 현 대한 민국이 통일을 맞이했을 때 이보다 더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을 하겠는가. 책을 읽는 동안 오싹 전율이 일기도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기 싫어할 뿐이지 그런 일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학시절 윤리 시간에 그런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통일을 원하는가, 아닌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아닌 쪽을 선택했다. 그 결과를 보고 아무리 그래도 통일은 이루어져야 하고, 이루어진다고 강사가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벌써 25년 전쯤 일인데 지금 대학생들한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반응이 어떨까? 막연히 국수주의적인 생각과 민족주의적인 애국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통일이 된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와 현실적인 富가 얼마만큼 줄어들지 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 10년이 넘은 독일이 아직도 경제적으로 허덕이고 양쪽 사람들이 쉽게 화합하지 못 해 일어나는 일로 인해 고민이 깊은 것처럼 우리도 그럴 것이다. 아니 경제 격차가 크교 교류가 적었으니 그 정도가 한층 심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외국인 노동자를 대신해 좋을 것이라는 것은 장밋빛 환상이다. 사회주의 사고에 젖은 사람이 자본주의식 경제 논리와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면에서 늘어난 인구만큼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돈이 나갈 곳만 많아지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다. 요즘 같으면 도리어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인데 그나마 일자리를 나누다 보면 거기서 오는 갈등도 만만치 않으리라. 남남 갈등도 있을 것이고 남북 갈등도 있을 것이고...
갑자기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통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有備無患이라고 했던가.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준비가 되고 국민들도 나름대로 고통을 분담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국가차원에서 미리미리 준비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믿는 것은 대한민국은 확실하게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 속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었듯이 통일 후 한국도 그러리라 믿는다. 같은 민족이지 않은가.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읽고 난 후 머리 속이 많이 복잡해졌다.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찾아보고 노력한 작가의 역작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