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로드'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작품이 잘 되었다는 말도 함께. 그러나 텔레비전에서 볼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책으로 나왔다기에 얼른 구입해 손에 들었다.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먹는 국수를 다큐멘터리로 만들 생각을 한 PD의 동기가 흥미롭다. 런던에서 서양인이 줄지어서서 젓가락으로 어렵게 국수를 먹는 모습을 보고 과연 이제 국수가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어디에서부터 만들어져서 전래되었는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는데 작은 일도 무심코 넘기지 않는 그 호기심과 관찰력이 좋은 작품을 탄생시켰구나 싶다.
재미있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방송의 날을 맞아 한국 방송 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바로 그때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해 주었다는 것. 꼼꼼하게 챙겨 보지는 못 했지만 책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연해 보여준 것과 시청각을 동원해 실감나게 종류별 국수를 만들고 먹는 것을 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였다. 반면 책에서는 다큐멘터리에서 다 알려줄 수 없는 국수에 관한 지식이나 뒷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보강되는 측면이 있었다.
국수는 대부분 밀가루로 만든다. 메밀국수나 쌀국수도 있지만 일단 국수 하면 밀가루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므로 밀을 재배하는 지역이 최초의 국수 탄생지인 것은 자명하다. 밀은 주로 메소포타미아 인근에서 재배되었고 그것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신장 자치구, 염화산을 따라 전해진단다. 3천년 전 유물을 조사해 보면 국수가 나온다니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국수를 많이 먹는다. 물론 그 국수가 전파되어 일본의 우동과 라면, 소바로 발전되고 우리 나라의 냉면으로 되기도 한다.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는 쌀국수로, 유럽에서 유일하게 국수 문화를 만든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로 꽃을 피운다.
누들로드를 따라가면서도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아무리 서로 적이라고 하더라도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홀로인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지역에 따라 국수가 보관하기 쉬운 마른 형태의 음식이 되기도 하고, 우리 나라와 일본처럼 국물이 많은 음식이 되기도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독자적인 문화의 영향이고 삶의 형태에 따른 변화일 것이다. 어쩌면 세계 최초의 패스트후드 였던 국수의 길을 보면서 이 밤 갑자기 구수하고 깔끔한 잔치국수가 먹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을 후루룩 마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