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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잡상인

by 솔뫼들 2009.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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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라 잡상인'이라...

 제목부터 벌써 톡톡 뛴다. 제목만으로 신세대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글은 술술 잘 읽힌다. 이 책의 장점 하나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바로 또 하나의 장점이다. 글은 우리가 살면서 쉽사리 볼 수 있는 지하철 잡상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그들을 보면서 때로는 용기 있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작가의 말마따나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사람들이 택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 아닌가.

 

 주인공은 부모에게 버림 받고 할머니 손에 자란 후 연극 배우를 하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자 지하철 잡상인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는 않다. 결국 돈은 벌지 못한 채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는 벙어리 여인 수지를 만나 삶의 반짝이는 보석 같은 걸 발견한다. 세상에서는 불행하다고 손가락질 받기 쉬운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단순히 눈물을 자아낸다거나 동정을 유발하지 않고도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수지의 동생 역시 여러 장애를 가진 사람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잘난 여자 친구와 살고 있고 수지도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세계를 펼쳐 나간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장애가 그들에게는 그다지 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흠일 수도 있고 일반인들의 편견을 없애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단지 신체 어느 부분이 불편할 뿐 정신까지도 불편한 것은 아닌 사람들을 우리는 혹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 모자라는 사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이 책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과 정상인이 만나 엮어가는 삶에서는 빛이 난다. 그리고 지하철 잡상인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미스터 리와 주인공 철이의 할머니이자 왕년의 스타였던 조지아 킴 여사의 '로맨스 그레이'도 아름답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사랑할 권리가 있고 그런 모습은 보는 사람도 흐뭇하게 한다. 우리가 한쪽으로 밀어두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손을 내민다. 그리고 정성껏 손을 잡는다. 다만 문체가 조금 거슬리는것은 내가 보수적이기 때문인가? 구어체로 가능하다고만 생각하는 유행어나 비속어를 거리낌 없이 쓴 면에서 작가는 확실하게 신세대다운 면을 드러낸다. 나는 그런 면이 불편하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스타일의 문제도 있으련만 기성세대란 이런 것인가 스스로 실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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