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 사라진 서점
사라진 서점 고형렬 드르륵, 조용히 문을 열고 흰눈을 털고 들어서면 따뜻한, 서점이었다 신년 카드 옆엔 작은 난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 높은 천장까지 가득 차 있었다 아 추워, 언 손을 비비면 그 12월임을 알았다 멀리 있는 사람이 그리워 좋은 책 한 권 고르다 보면 어디선가 하늘 같은 곳에서 새로운 날이 오는 것 같아, 모든 산야가 겨울잠을 자는 외로운 산골의 한낮 마음만한 서점 한쪽엔 생의 비밀들을 숨긴 책들이 슬픈 책들이, 있었다 다시 드르륵, 문을 열고 단장된 책들이 잘 꽂혀 있는 그 자리에 한참, 서고 싶다 그대에게 소식을 전하고 새로운 마음을 얻으려고 새 눈 오던 12월 그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