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사라진 서점

솔뫼들 2021. 12. 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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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서점

                    고형렬

 

드르륵, 조용히 문을 열고

흰눈을 털고 들어서면

따뜻한, 서점이었다

신년 카드 옆엔 작은 난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

높은 천장까지 가득

차 있었다 아 추워, 언 손을

비비면 그 12월임을 알았다

멀리 있는 사람이 그리워

좋은 책 한 권 고르다 보면

어디선가 하늘 같은 곳에서

새로운 날이 오는 것 같아,

모든 산야가 겨울잠을 자는

외로운 산골의 한낮

마음만한 서점 한쪽엔

생의 비밀들을 숨긴 책들이

슬픈 책들이, 있었다

다시 드르륵, 문을 열고

단장된 책들이 잘 꽂혀 있는

그 자리에 한참, 서고 싶다

그대에게 소식을 전하고

새로운 마음을 얻으려고

새 눈 오던 12월 그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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