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사라진 서점
고형렬
드르륵, 조용히 문을 열고
흰눈을 털고 들어서면
따뜻한, 서점이었다
신년 카드 옆엔 작은 난로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
높은 천장까지 가득
차 있었다 아 추워, 언 손을
비비면 그 12월임을 알았다
멀리 있는 사람이 그리워
좋은 책 한 권 고르다 보면
어디선가 하늘 같은 곳에서
새로운 날이 오는 것 같아,
모든 산야가 겨울잠을 자는
외로운 산골의 한낮
마음만한 서점 한쪽엔
생의 비밀들을 숨긴 책들이
슬픈 책들이, 있었다
다시 드르륵, 문을 열고
단장된 책들이 잘 꽂혀 있는
그 자리에 한참, 서고 싶다
그대에게 소식을 전하고
새로운 마음을 얻으려고
새 눈 오던 12월 그날처럼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시 - 알혼 섬에서 쓴 엽서 (0) | 2022.01.09 |
---|---|
오늘의 시 - 하루로 가는 길 (0) | 2022.01.02 |
오늘의 시 - 무진등 (0) | 2021.12.19 |
오늘의 시 - 낮은 목소리로 (0) | 2021.12.12 |
오늘의 시 - 객관적인 아침 (0) | 2021.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