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도중 친구가 말했다.
오페라 보러 오라고. 작년에 한번 그랬을 때 선약이 있어 못 갔었는데 그때 얼마나 아쉬웠는지... 사실 일부러 거금 내고 오페라를 보기는 쉽지 않다. 내용 이해도 어렵고, 일단 자주 접하지 않은 장르여서 익숙하지 않은 면도 있고... 요즘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가능하면 많은 예술 작품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그런 낯섦에의 거부는 접어야 하지 않을까.
토요일 오후 햇살은 유혹적이었다. 오전에 산에 다녀와서 나른한 몸을 커피 한잔으로 추스리고 집을 나섰다. 혼자서 말 한 마디 할 사람 없이 긴 시간을 견뎌야 하는 조금은 힘든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데 마음은 그래도 들떴다. 혼자서 영화나 연극, 그림 감상은 자주 다니는데 음악회나 오페라는 처음이다. 물론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좀 다르다.
성남 아트 센타 오페라 하우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잘 되었다고 소문이 났는지, 아니면 오페라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사람들이 몰렸는지, 그것도 아니면 토요일 오후라는 것이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인기 있는 뮤지컬 작품을 보는 것만큼 관객들이 몰린 것을 보니 이제 우리 나라도 모름지기 문화적으로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방정부에서 이만한 예술공간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 하지만 말이다.
좌석이 아주 좋아서 기분이 더 고무되었다. 게다가 옆 자리도 비어 있으니 얼마나 여유로운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으로 시작을 알렸다. 갑자기 불을 끄는 것보다는 한결 부드럽게 진행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공연이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작품 '마술피리'도 그것의 일환이었다. 대사는 우리말로, 그리고 노래는 독일어로.
내용은 열심히 팜플릿을 읽어 보았으니 그런 대로 알 것 같은데 그래도 자막을 쳐다보느라 고개가 갸우뚱. 전에도 노래 내용을 자막으로 처리한 적이 있다는데 너무 어려워하는 관객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생각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대사의 전달도 잘 되지 않았다.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을 해야 할 정도였다. 무대가 넓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자리에서도 안 들릴 정도이면 뒷자리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노래는 전문가가 아니니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연기와 노래 둘다 점수를 줄 수 있는 배역은 파파게노. 자연스런 동작과 우스꽝스러운 표정 등이 사람들로 하려금 친근감이 들게 만들었다. 주인공 타미노는 배역에 맞게 힘이 넘치고 어떤 능력이 보여지기를 바랐는데 기대 이하였다.
전체적으로 무대장치나 조명, 의상, 시설 등등 하루가 다르게 나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울려서 잘 알아듣기 힘든 점은 확실히 거슬렸다. 자꾸 공연장을 다니며 보면 장단점이 비교된다. 건축이나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그것도 자꾸 보면 안목이 생길 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에 대해 그런 선입견을 버렸다는 것. 앞으로도 기회가 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 자주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보고, 듣고, 느끼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티켓'을 감상하고 (0) | 2006.06.26 |
---|---|
연극 '거기'를 보고 (0) | 2006.06.21 |
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마음 心' (0) | 2006.05.03 |
연극 '상 당한 가족'을 보고 (0) | 2006.05.02 |
도마뱀 (0) | 200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