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콘서트를 다녀왔다. 바로 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마음 心'이다.
평촌 아트홀에 미리 가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운동 삼아 가본 적은 있지만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달랐다. 평촌 아트홀은 도심에 있는 것이 아니고 자유공원 안에 있어서 자연과 함께 하는 분위기가 더욱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에 들어서는데 역시나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 나라 남성들은 술 마시는 것을 무슨 문화 생활 하는 것으로 혹시나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쓴웃음을 지었다.
홀에 불이 꺼지고 객석이 조용해지자 하얀 드레스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심은 노영심이 조용히 들어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나이가 40살 정도 되었을텐데도 여전히 소녀 같았다. 음악과 함께 생활을 하면 저렇게 나이를 먹지 않을까? 소박하고 투박하고 전혀 세련되지 않은 모습이 도리어 정겹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곡이 잔잔히 흘러 나왔다.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사랑에 관한 글귀와 그림도 흐르고. 그렇게 두 곡을 연주하고 조용히 연주자는 인사를 했다. 그리도 다시 두 곡. 그러다가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이곳에서 연주를 하게 된 소감과 간략하게 연주곡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녀의 말은 어눌했다. 그래서 더욱 관객과 더욱 친근하게 교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산책을 하는 길에 악상이 떠올라 만들었다는 곡을 연주할 때는 다섯 살배기 아이의 손을 잡고 봄 소풍을 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길 가에 노란 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고, 간혹 나비도 날아오르겠지. 아이는 걷다가 그것을 보고는 잡는다고 달려가기도 할 거야. 팔랑팔랑 봄기운도, 아이도, 나비도, 그리고 그것을 보는 엄마의 마음도 가볍게 날고 있겠지.
개울물이 돌돌 흐르고, 바람이 나뭇잎을 간질이고, 땅기운에 대답하듯 꽃잎이 하르르 지는 봄날 나도 더불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피아노 선율을 따라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한 편의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예술은 서로 통한다고 하는 것인가?
자작곡과 귀에 익숙한 곡을 맛깔스럽게 연주하는 동안 나는 소리에도 맛이 있고, 색이 있고, 표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노영심이 그 순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물론 연주자는 자기가 피아노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잘 듣는 것도 음악을 하는 것 못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여기저기 찾아가볼 공연이 많다. 하지만 나처럼 귀가 고급스럽지 않은 사람은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정통 클래식 어려운 곡을 감상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좋고 편안하다. 열심히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영심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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