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단풍의 이유

솔뫼들 2005. 10. 16. 23:59
728x90

 

                     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번이라도

     타오르지 못 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촉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쑥부쟁이 사랑  (0) 2005.10.30
은행나무  (0) 2005.10.24
너를 기다리는 동안  (0) 2005.10.09
그 사람에게  (0) 2005.10.01
상사화  (0) 200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