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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by 솔뫼들 2026.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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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이의 뿌리는 하얗다

                                            복효근

 

깊게깊게 뿌리내려서 겨울난 냉이

그 푸릇한 새싹, 하얗고 긴 뿌리까지를

된장 받쳐 뜨물에 끓여 놓으면

객지 나간 겨울 입맛이 돌아오곤 하였지

 

위로 일곱 먹고 난 빈 젖만 빨고 커서

쟈가 저리 부실하다고 그게 늘 걸린다고

먼 산에 눈도 덜 녹았는데

막내 좋아한다고 댓바람에 끓여온 냉잇국

 

그 푸른 이파리 사이

가늘고 기다란 흰머리 한 올 눈에 띄어

눈치채실라 얼른 건져 감춰 놓는데

그러신다 냉이는 잔뿌리까지 먹는 거여

 

대충 먹는 냉잇국 하얀 김이 어룽대는데

세상 입맛 살맛 다 달아난 어느 겨울 끝

두고두고 나를 푸르고 아프게 깨울 것이다 

차마 먹지 못한 당신의  그 실뿌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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