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석이 (石耳)
권성훈
눈먼 바위가 입을 다문 채 그대로
굳어버린 제 몸에 수천 개의 귀를 틔웠다
정상을 향해 숨을 곳 없는 절벽에
떠도는 불안한 시력을 거둔 지 오래
묵묵히 굽은 등을 내준 자리마다
수직을 타고 흐르며 팽팽하게 그을린
바위의 귓바퀴를 할퀴며 난청으로 읽어내는
얇은 연골들이 미역귀처럼 달린 거야
어느 방향으로든지 팔랑이며 듣고 있는
저 고요한 청력
천 길 낭떠러지를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
그만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울음
너머의 적막까지 붙들고 있는 거지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늘의 시 - 꽃나무 (0) | 2026.03.09 |
|---|---|
| 오늘의 시 - 3월에 오는 눈 (0) | 2026.03.02 |
| 오늘의 시 - 겨울날의 희망 (0) | 2026.02.16 |
| 오늘의 시- 서어나무에게 간다 (0) | 2026.02.09 |
| 오늘의 시- 아침 (0) | 2026.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