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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석이 (石耳)

by 솔뫼들 2026.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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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이 (石耳)

                                        권성훈

 

눈먼 바위가 입을 다문 채 그대로

굳어버린 제 몸에 수천 개의 귀를 틔웠다

정상을 향해 숨을 곳 없는 절벽에

떠도는 불안한 시력을 거둔 지 오래

묵묵히 굽은 등을 내준 자리마다

수직을 타고 흐르며 팽팽하게 그을린

바위의 귓바퀴를 할퀴며 난청으로 읽어내는

얇은 연골들이 미역귀처럼 달린 거야

어느 방향으로든지 팔랑이며 듣고 있는

저 고요한 청력

천 길 낭떠러지를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

그만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울음

너머의 적막까지 붙들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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